청량리 도매시장·마트 판매량 급감…불매운동 여파 확산청량리 상인 “옥시 제품 사는 사람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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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요?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쳐요. 절대 옥시 제품 살 생각 없어요. 안 사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싸늘하다 못해 날 선 칼처럼 매서웠다.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모든 상품군으로 퍼지면서 도매상과 마트 한켠에 가득 쌓인 옥시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유령 취급을 받고 있었다.
4일 오전 7시 뉴데일리경제 기자가 찾은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도매시장은 다가오는 황금 휴일을 앞둔 탓인지 각종 물품이 대량으로 운반되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생필품 판매장에 쌓여있는 옥시 제품만은 버려진 제품처럼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청량리 도매상을 운영하는 김필선(가명) 씨는 “(옥시 판매량) 반 토막이 뭐야 3분의 2는 넘게 줄었어. 다른데도 가서 한 번 물어봐 지금 옥시 제품 잘나가는 데가 어디 한 군데라도 있나. 없다니까. 안 팔려”라고 말했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한 상사의 주인은 “작년 이맘때쯤 ‘냄새먹는 하마’랑 ‘옥시크린’이 많이 팔렸지. 근데 지금은 손님들이 안 사니까 슈퍼나 이런대서도 제품을 아예 안 가져가”라며 “대신 LG께 좀 잘 나가. 손님들도 사용해야 하니까 대체품을 쓰는 거지. 옥시꺼 저기 박스에 쌓여있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옥시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과 보상방안들을 발표했지만, 검찰 수사 면피용 사과에 지나지 않았다는 논란이 거세지면서 옥시 불매운동은 전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도매시장내 한 점주에 따르면 한 때 청량리 도매시장 세제류의 80% 이상을 담당하던 옥시 제품들이 지금은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옥시크린, 데톨, 옥시싹싹, 냄새먹는 하마, 쉐리 등 옥시의 인기 품목도 예외는 없었다.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롯데마트 청량리점은 옥시 제품을 대폭 줄이고 과거 메인 자리에 두던 옥시 제품들을 양쪽 끝으로 옮겼다.
롯데마트 청량리점의 한 직원은 “고객들이 옥시 제품을 꺼려해서 수도 최대한 줄이고 가운데 있던 제품들을 모두 끝쪽으로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세제를 고르던 이 모 씨는 “아이를 기르고 있는 주부로서 가습기 살균제 소식을 접한 뒤 옥시 제품이 소름 돋는다”며 “앞으로 다시 구매할 생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방 세제를 구매하기 위해 롯데마트를 방문했다는 한 대학생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불매운동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며 “이번만큼은 나부터라도 지속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수백 개 생필품 매장이 즐비한 청량리 시장과 롯데마트를 돌아다니는 동안 옥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