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사과, 유가족 ‘격분’…“살인기업 국내에서 철수해라”
  • ▲ 옥시 기자회견장 ⓒ정재훈 기자
    ▲ 옥시 기자회견장 ⓒ정재훈 기자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이후 무려 5년 지나서야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는 고개를 숙였고, 가족들은 격분했다.

옥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며 보상 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모두 즉답을 피하고 간담회 시간에 맞추려고만 하는 운영을 보여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으로 느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 대표는 등장부터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채 나타났다.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니다.

  • ▲ 아탸 샤프달 대표 ⓒ정재훈 기자
    ▲ 아탸 샤프달 대표 ⓒ정재훈 기자


  • 단상에 오른 아타 샤프달 대표는 “저는 옥시를 대표해 오늘 이 자리에 올라섰다”며 “피해를 당하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옥시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건과 관련해 늦게 대처한 점, 신뢰를 주지 못한 점 등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라며 “당사는 피해를 받은 모든 분들께 보상하고 향후 믿음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기자회견은 사건 이후 옥시의 첫 공식석상임에도 불구하고 대표가 웃음을 머금은 채 등장한 것은 물론, 단 한마디도 한국어로 연설하지 않아 과연 옥시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 ▲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정재훈 기자
    ▲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정재훈 기자


  • 가족들은 이러한 옥시의 사과를 절대로 받아들 일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특히, 한때 피해자 가족들 중 일부가 단상까지 올라와 욕설을 퍼붙는 등 일촉즉발에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 수사 면피용이 아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며 “이번 기자회견만 해도 당사자인 자신들에게 알리지 않고 왜 기자들에게만 전달하냐. 우리가 뉴스를 보고 찾아와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아타 샤프달 대표는 가족들에 지속된 물음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응답할 뿐이었다. 이말 역시 영어였다.

    최승운 가습기 피해자 아버지는 “아이를 잘 키워 보려고 내 손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매일 청소했다”라며 “내 아기가 만 1살 먹고 입원해서 8개월 만에 사망했다. 교통사고 처럼 사망한 것이 아니라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어갔다”고 분노했다,

    이어 “옥시에게 내 손으로 자식을 죽인 것이 아니라 옥시가 내 자식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그제서야 아타 샤프달 대표는 자신도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원한다면 언제든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번호를 교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단, 번호 교환 방법이 핸드폰으로 직접 입력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 가족들의 핸드폰 번호를 종이에 적어달라는 방식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러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피해자 가족 중 일부는 어이없다는 듯 하늘을 처다보기 까지 했다.  

    아타 샤프달 대표의 공식 입장 발표 후 최승훈 가습기 피해자 아버지가 다시 단상에 올라와 가습기 살균제 유가족 연대의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과는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 옥시와 같은 살인기업은 국내에서 철수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퍼포먼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인 여러분께 부탁한다. 부디 힘을 빌려달라. 더 이상의 아픔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목놓아 울었다.

  • ▲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정재훈 기자


  • 아타 샤프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 100억원 규모의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피해자 및 피해자가족들과 구체적이고 면밀한 대화를 통해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