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측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한진해운 "채무재조정해주오" 사채권자에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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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사활이 걸린 데드라인이 턱 밑으로 다가왔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현대상선은 18일 해외 선주 4곳과 용선료 인하 담판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일단 정부와 산업은행은 당초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20일에서 출자전환을 결정한 채권단 회의일인 24일까지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해외 선주사가 본국으로 돌아가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하면 20일은 너무 촉박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현대상선과 비슷한 조건으로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무조정에 나선다. 조기 상환일을 4개월 연장하는 안인데 전일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 "용선료 인하 없으면 법정관리"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협상이 결론을 만들어 놓고 만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여지는 조금 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현재 채권단과 현대상선이 체결한 조건부 자율협약의 기본 전제와 정상화의 첫 단추인 출자전환까지 모두 '용선료 인하'를 전제로 하고 있다.즉 용선료 협상이 깨질경우 출자 전환은 물론 자율협약까지 깨질 수 있는 만큼 최종결과를 내기까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인식이다.현대상선이 선주들에게 요청한 인하안은 잔여 선박임대 계약기간 동안 용선료를 평균 28.4% 낮춰달라는 게 핵심이다. 채권단은 24일 이전까지 용선료가 인하될 땐 총 1조20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대출금 1조2000억원의 60%인 7000억과 채권단이 보유한 사모 회사채 1조원의 50%인 5000억원 등이다.전일 서울 현대상선 본사에서 진행된 협상에는 그리스 다나오스, 나비오스, CCC가 선주 자격으로 자리했다.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은 화상회의로 참여했고 이른바 빅5 선주사 중 하나인 영국 조디악은 참석하지 않았다.산업은행에서는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채권단 대표로, 현대상선에서는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선주들을 만났다.이들은 용선료 낮춰주면 자율협약 절차에 따라 채무 조정에 돌입하지만 실패할 경우 자율협약 없이 법정관리로 가는 진행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선주들은 "출자전환을 한 뒤에도 부실로 법정관리를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땐 상장폐지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협상을 마친 뒤 "어렵게 됐다"고 결론을 내지 못했음을 시사했고 마크 워커 변호사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했다.산업은행은 앞으로 선주사와 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또 다시 추가적인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현대상선은 과거 2007~2008년 선주와 장기 선박 계약을 맺었다. 선주마자 계약한 용선료와 기간이 달라 10~23년 수준이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용선료로 지불한 금액은 총 9758억원으로 만약 용선료 인하에 성공할 경우 매년 27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진해운, 사채권자집회 '허들' 넘어야한진해운 최근 국제해운동맹의 제 3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으로 기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해운업이 큰 해운사들 간의 동맹으로 운송조건, 가격 등을 결정해 이 동맹에 속하지 못할 땐 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문제는 19일 진행될 사채권자 집회이다. 이날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는 채무재조정을 위한 첫 사채권자 집회가 진행된다. 채무 재조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가 디폴트에 빠져 한진해운은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가게될 수도 있다.한진해운이 지난 2013년 5월 발행한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원금은 총 3000억원으로 이중 남은 원금은 358억원이다. 이중 일부 금액은 조기 상환 청구권이 행사돼 이달 23일까지 상환해야 한다.한진해운은 이날 회의서 조기상환청구일을 4개월 늦춘 9월 23일로 변경하고 사채 원리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올리게 된다. 이날 집회에 투자자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자 3분의 2가 동의하면 안건은 통과된다.한진해운은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현대상선과 같이 용선료 협상에 '올인'해야 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그라함 포터(Graham Porter) 시스팬(Seaspan) 공동창립자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청에 대해 거부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이에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협상 초기인 만큼 최대한 접촉면을 넓혀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조정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