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만기 돌아오는 일부 사채 상환 연장6월과 9월에도 각각 1900억, 1400억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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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이후 첫 사채 만기를 연장하며 한 숨을 돌렸다. 하지만 올해 7000억원을 포함해 남아있는 사채가 1조5000억원에 달해 숨막히는 외줄타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달부터 본격 시작된 용선료 협상이 법정관리로 갈지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로 예정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도 향후 한진해운 회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사채권자집회서 358억원 만기 회사채 연장안이 가결됐다.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게 있어 채무 재조정은 용선료 재협상과 함께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단추였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아직 상환하지 못한 358억원(원금 기준) 중 조기상환 청구권이 행사돼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채권의 만기 연장과 주식 상환 등이 논의됐다. 

이로써 차입금 5조6000억원 중 은행 대출은 7000억원에 불과해 회사채 등 비협약 채권 비중이 높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사채권자들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약 7000억원을 포함해 2016년 이후 만기를 앞둔 회사채는 총 1조5000억원이나 된다. 당장 오는 6월에 1900억원, 9월에 14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한진해운은 사채권자들이 한진해운 제시안을 수용하면서 해운동맹 잔류를 포함한 채권단 자율협약 조건 두 가지가 충족됐다. 

한진해운은 관계자는 "투자자 20명이 참석했고 나머지는 불참한 대신 서면의결권을 제출했다"며 "358억원 만기 회사채 연장안 가결되면서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출발 신호가 좋은 만큼 남은 과제들도 차근차근 실타래를 잘 풀어갈 것이다"라고 흡족해했다. 

한숨 돌린 한진해운은 향후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이 선박을 빌린 해외 선주는 모두 23곳으로 지난해 지불한 용선료 규모는 1조1469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최근 용선료 20~30% 인하를 목표로 자문 로펌인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가 포함된 협상팀을 구성하고 본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 해외 선주가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협상 초기여서 해외 선주들을 최대한 협상장으로 이끌어 내 용선료를 조정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처럼 한진해운 역시 용선료 인하 여부에 따라 법정관리가 결정되는 만큼 용선료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성과 여부가 한진해운 협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당시 밝힌 4100억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달 25일 자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옥과 보유지분 매각, 터미널과 선박 등 자산 유동화 등으로 41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도 한진해운은 인력 감축을 포함한 추가 자구안 마련에도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앞서 한진해운 석태수 사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한진해운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석 사장은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해운사의 생존 기반인 화주, 하역 운송 거래사, 얼라이언스 등도 회생에 대한 믿음을 지켜줄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자"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진해운은 사장 50%, 전무급 이상 30%, 상무급 20%의 임원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인건비를 10% 절감, 각종 직원 복리후생비도 30~100%까지 삭감하는 등 자구안 노력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