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LH 등 공기업도 제외 총수 사익편취 규제 5조는 유지
  •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늘린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뉴데일리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늘린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뉴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늘린다. 카카오, 하림, 셀트리온 등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완화에 앞장선 기업들이 혜택를 받게 됐다.  

    9일 공정위는 이날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1987년부터 일부 대기업에 경제 구조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소속 금융·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 등을 제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1987~1992년 자산 4000억원 이상 △1993~2001년 자산순위 기준 30대 그룹 △2002~2008년 자산 2조원 이상 △2009~2016년 자산 5조원 이상 등으로 바뀌어왔다.  

    최근에는 자산 5조원 이상인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특히 지난 4월 카카오, 하림, 셀트리온 등이 새롭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되자 전국경제인연합 등 재계를 중심으로 기준 현실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시대에 맞지 않은 규제는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도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등 숙고를 거듭해왔다.

    공정위 안팎에선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한번에 크게 바뀌기보단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6조~7조원 정도로 소폭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두 배 상향하는 강수를 뒀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008년 이후 GDP증가율(49.4%)를 고려하면 7조5000억원, 대기업집단 자산 합계 증가율(101.3%)를 감안하면 10조1000억원, 대기업집단 평균 자산 증가율(144.6%)에 중점을 두면 12조2000억원 정도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으로 적정하다"며 "그 중간 수준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도 "전경련 등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게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GDP와 대기업집단 자산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사전규제를 적용할 때는 자산 10조원 이상 회사를 대기업집단으로 보되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공시 등 사후규제 부분에선 자산 5조원 이상 업체를 대기업집단으로 규정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사후규제의 경우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나 사업영역 확대 등을 막는 것이 아닌 데다 부의 부당한 이전 방지와 시장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넓은 범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곽세붕 국장은 "일단 시행령 개정으로 사전, 사후규제에 적용되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자산 10조원으로 일괄 상향된다"며 "규제 차등 적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 ▲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바뀌면서 많은 업체들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공정위
    ▲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바뀌면서 많은 업체들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공정위


    또 이번 규제 완화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카카오, 하림, 셀트리온 등 민간 기업뿐 아니라 한국전력, 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민간기업 25개, 공기업 12개 등 37개 업체가 빠지면서 대기업집단 숫자는 기존 65개에서 28개로 감소하게 된다.  

    공기업의 경우 공정위가 2002년부터 대기업집단에 포함해왔다. 2002년 당시 일부 공기업이 계열사를 확장하는데 적용할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재 △공시시스템인 알리오 개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제출 △출연·출자기관 설립시 정부 사전 협의 등 공공기관운영법과 지방공기업법이 갖춰진 점을 고려해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했다. 

    곽세붕 국장은 "그동안 많은 공기업 관련 법률이 만들어져 이제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으로 규제할 실익이 없다"며 "공기업이 상호 순환출자 등을 통해 가공자본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공기업이 독점력을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자행한다면 그것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과 관계없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공정위는 3년 주기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도록 시행령 개정안에 명문화한다. 경제여건 변화 등을 적시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공정위는 GDP 규모 변화, 대기업집단 자산총액 변화 등을 고려 요소로 명시할 예정이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은 △벤처기업육성법 △기업활력제고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36개 법령에 자동 적용된다. 고용보험법과 수산업법 시행령의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5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원용해 별도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을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한다. 규제 차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