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대기업도 2만원 수준인데… 부실 지정 공기업이 200만원 넘어정부, 공기업 임금 인상 3% 제한했지만..."기금 통해 나눠주면 규제 안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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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데일리.
공공기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1인당 평균 출연액이 민간 대기업보다 무려 7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편법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사내근로복지기금 제도를 둔 공공기관은 91곳이다. 이 중 59곳은 2013년에도 기금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59곳의 기금 잔고는 평균 31억5875만원이다. 직원 1인당 평균 출연액으로 환산하면 150만원에 이른다. 이는 기금을 전부 풀 경우 직원 모두에게 최대 150만원까지 나눠줄 수 있다는 뜻이다. 상용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민간 대기업(2만원)에 비해 75배 가까이 큰 규모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의 평균 출연액은 102억8000만원이다. 삼성, LG, SK 등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평균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기금 총액을 직원 숫자로 나누면 2만원을 겨우 넘는 데 그친다. 기금을 통째로 깨도 직원 1명에게 돌아갈 수 있는 돈은 고작 2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공공기관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쌓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실 공공기관으로 낙인이 찍혀 정부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는 18곳(발전회사 포함) 중에서도 일부는 직원 1인당 평균 출연액이 200만원을 가뿐히 넘는다. 한국석유공사(312만원)와 한국동서발전(207만원), 한국남동발전(205만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 역시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들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1인당 기금 누적액이 2000만원을 넘길 경우 추가 적립을 못 하게 막는 제한선을 2500만원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순이익 대비 적립 가능 비율도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5개 공기업이 처음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기금 잔액이 한 푼도 없었던 한국가스공사는 한 번에 134억8737억원까지 돈을 부을 수 있게 됐다.
새 규정이 들어온 이후 중소기업은행은 295억4200만원에서 443억1300만원, 한국마사회는 68억3551억원에서 136억7102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51억7034억원에서 103억4069억원까지 기금을 불리는 게 가능해졌다.
공공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임금 인상률 제한 정책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한 올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임금 인상률은 공무원과 같은 3%다.
그러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근로자에게 나가는 비용은 임금으로 잡히지 않는다. 급여 자체를 올려주는 대신 이 기금 중 일부를 나눠주면, 정부 규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우회적으로 임금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기본법 제61조에 따라 조성할 수 있다. 다만 공공기관은 유사·동종업종 민간기업이 출연하는 수준 등을 감안해 기금 총액을 결정해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수영 팀장은 "발이 묶인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기관들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쓰고 있다"며 "기금을 쌓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민간기업 대비 지나치게 높은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