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자 주는 요구불예금만 급증경기 불안에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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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방향을 잃은 자금들이 은행에 몰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대형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5영업일 동안 10조4152억원 증가했다.

    예금, 적금, 요구불예금 등 원화예수금의 주요 항목들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5대 대형은행의 정기예금은 이 기간 497조5107억원에서 498조5468억원으로 1조361억원 늘었다.

    정기적금은 41조9232억원에서 41조9875억원으로 643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 수신 가운데 조달 원가가 낮아 은행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되는 요구불예금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0.1% 이하 수준으로 낮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383조1222억원에서 390조1024억원으로 6조9802억원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3조7684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KEB하나(1조4820억원), 우리(1조2900억원), 신한은행(9721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활동고객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 규모가 5323억원 줄었다.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에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는 가계와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며 21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의 핵심인 아파트 매매가 역시 지난해보다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자는 적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돈을 잠시 맡겨두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예·적금보다 요구불예금의 증가폭이 큰 이유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 정희수 팀장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개인과 기업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예금을 선호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의 단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요구불예금 증가로 은행들은 흐뭇한 표정이다.

    요구불예금 금리가 0.1%에 불과해 원가가 적게 들고 은행은 요구불예금을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콜론(Call lone, 단기성 자금)을 활용하면 최대 12배 이상의 예대마진을 낼 수 있다. 현재 콜금리는 연 1.21~1.23%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예·적금에 비해 요구불예금이 주는 이득은 은행 입장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