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발표 자리서 거듭 사과 "용서 구한다" "대우조선, 작년에 결정한 1조만 진행"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23일 혁신추진안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23일 혁신추진안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국민 여러분께 드린 실망을 생각하면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작금의 상황은 현직인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23일 6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사과문' 낭독에 가까웠다. 이 회장 조차도 "오늘 자리는 용서를 구하는 자리"라고 밝혔을 정도다. 

최근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핵심 원인으로 산업은행의 '부실관리'를 꼽았다. 수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동안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수천억원의 성과급 파티를 묵인했다. 

이 회장은 "지난 4개월이 4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밤잠을 설치고 새벽을 뜬눈으로 지새며 40년 금융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현직인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도 한 점은 감사원이 인사조치 대상으로 홍기택 전 회장을 지목했지만 현직 최고 책임자인 자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회견장에는 홍 전 회장과 함께 인사대상으로 지목된 2명의 임원 중 정용석 부행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했다. 류희경 수석부행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번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 끼쳐드리고 질책을 받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경기 사이클과 산업 전반을 보는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다"면서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점, 과거와 완전하게 단절하지 못했던 점 등 부족함이 많았다"고도 했다. 


  • ▲ 이날 회견장에는 홍 전 회장과 함께 인사대상으로 지목된 2명의 임원 중 정용석 부행장(사진)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이날 회견장에는 홍 전 회장과 함께 인사대상으로 지목된 2명의 임원 중 정용석 부행장(사진)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대우조선 신규지원 없다…남은 1조원만 할 것"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회장은 "당분간 추가 지원이 언급될 시기가 아니"라면서 "지난해 4조 3천억원 지원 결정을 내리고 아직 1조원 한도가 남아 있다"고 했다. 

    집행되지 않은 1조원 외에는 신규 지원은 없다는 점이다. 

    다만 대우조선의 상황 변화에 따른 단계별 대책을 마련해 놨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졌을 때와 당장 드릴십 인수 같은 게 늦어졌을 때, 해양플랜트가 인도되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구계획도 여기에 상응하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각 시나리오별 필요한 자금이 3조7천억원에서 최대 5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진단했다.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23일 혁신추진안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23일 혁신추진안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또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강등하고 있지만 산은은 당장 검토할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건전성 하향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기는 아니다"고 했다. 

    정부에서 자본확충펀드로 지원하기로 한 자금규모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자인 한국은행, 금융위, 기재위 등에서 아직 확정하지 않고 논의 중이기 때문에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 얼마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결례일 수 있다"면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현대상선 정상화 98% 진행…한진해운 지원 없다"

    이 회장은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구조조정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지난 4개월 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상화에) 98% 정도 와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은 (추가적인) 지원없이 정상화를 시킬 수 있는 느낌"이라며 "사채권자, 용선료 문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거의 매듭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정상화의 마지막 단추인 해운동맹 편입과 관련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운동맹인 2M과 협상을 시작했다"면서 "현대상선이 채권단이나 정부의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정상화될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특히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 정상화에 근접한 현대상선 케이스를 들며 '추가지원'이 없음을 못박았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원칙은 (추가) 지원이 없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을 해야할 회사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원칙이 무너져 다른 회사들도 지원해 달라고 했을 때 국민 혈세 누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진해운이 1조원의 부족자금 중 한진이 4천억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면서 "현대상선은 (지원없이) 이런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것이 시사점"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산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진·현대 합병설에 대해 "너무 앞서간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 ▲ 산업은행은 23일 산업은행 본관에서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산업은행은 23일 산업은행 본관에서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산은 자회사 매각 서두른다…올해 목표 10개社 늘려

    산업은행은 일부 출자회사의 부실 발생에 따른 관리 책임이 있다르자 출자회사 관리를 체계화하고 임직원 재취업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월 설치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통해 출자회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특히 132개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매각시점도 앞당겼다. 당초 올해 36개사를 매각하기로 했으나 이보다 10개사를 늘린 총 46개사 매각을 목표로 삼았다.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이대형 정책기획본부장(부행장)은 "매각 대상으로 10개를 늘린 것은 정부 당국 요청이 아니라 최대한 매각을 빨리 진행하자는 뜻에서 의욕적으로 목표를 늘린 것"이라며 "매물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132개사를 전부 매각했을 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 부분을 정리하는 게 깔끔한 내부 관리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개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라며 "7월 초중순 중으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IR공간과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언제든 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이날 6대 혁신방안으로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성과중심의 인사 조직제도 개선 △대외소통 변화관리 강화 등을 발표했다. 


    사진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