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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지난 2008년 첫선을 보인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 '마켓오'가 급변하는 제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오 매출이 급감하면서 오리온 내부에서조차 '접을까 살릴까'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마켓오'는 한때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일본인 관광객의 트렁크를 가득 채우던 쇼핑 목록 1순위 제품이었지만 최근 인기가 시들해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찾는 A 편의점이 운영하는 명동지역 5개 매장의 비스킷·스낵 매출 순위에서 지난 2013~2015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올해 1월 2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5월 이후로는 4위로 밀려났다.
B 편의점이 명동과 이태원 일대 20여 점포를 대상으로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카드(China UnionPay) 결제액을 집계한 결과, 올 상반기 '마켓오'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 하락했다.
'마켓오'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양반김과 2080치약, 귀애랑 한방 생리대가 같은 기간 18%, 8%, 1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 드러그스토어 C사 명동점에서도 그동안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아성이 무너졌다. 지난해 4월 '허니버터아몬드'가 출시되면서부터 1위 자리를 내줘야했다.
C사 관계자는 "허니버터아몬드가 작년 4월부터 현재까지 간식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마켓오는 2위로 떨어졌으며 매출 또한 최근 약 5%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마켓오'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는데도 실패했다. -
올들어 6월까지 D편의점의 쿠키류 매출액 순위를 보면 '마켓오' 제품은 단 한 번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같은 기간 B편의점과 C편의점의 쿠키류 매출액 인기 순위에도 '마켓오' 제품은 역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 확인은 어렵지만 마켓오 매출이 최근 심각하게 많이 빠졌다고 들었다"면서 "오리온에서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 초기 '마켓오'는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고 고급 천연 재료를 사용했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단숨에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특히 유커와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김, 라면과 함께 꼭 사가는 필수 과자로 꼽을만큼 대세 상품으로 꼽혔다.
그러나 꾸준히 지적돼 온 과대 포장과 과당 등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
실제 지난 2014년 소비자단체인 컨슈머리서치가 국내 4개 제과업체 과자 20종의 포장 비율을 측정한 결과, '과대 포장' 제품 1위로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가 뽑혔다.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은박지 낱개 포장과 완충재를 걷어낸 실제 내용물의 부피가 171.8c㎥로 박스부피(1021.2c㎥)의 16.8%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상자의 83.2%는 빈 공간이어서 포장이 내용물보다 5배 가량 크다. 그야 말로 배 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올 1월에는 오리온이 '착한포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를 가격 변동 없이 20% 증량했지만 한 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최근 건강을 중심으로 한 저당 트렌드를 감안하지 않은 점도 '마켓오'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마켓오 브랜드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1봉지(24g) 당 당류가 8g이 들어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 섭취량인 50g의 16%에 해당하는 양이다.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오리온 초코파이 情(정)'은 1봉지(39g) 당 14g의 당류가 들어있다. 중량 대비 당 함유 비율을 계산해보면 초코파이 정은 35.8%,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33.3%로 큰 차이가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켓오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프리미엄 과자'라는 콘셉트가 신선했고 소비자들도 '건강한 과자', '비싸도 좋은 과자'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새롭고 특별한 맛을 찾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춘 신제품이 매주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켓오'는 별다른 노력 없이 과거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요즘 스마트 컨슈머, 가성비, 합리적 소비 등이 대세인데 '마켓오'는 그 트렌드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마켓오 매출도 급감해 오리온 내부에서조차 '접을까 살릴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오리온이 '마켓오' 브랜드를 론칭한 2008년부터 활발하게 운영해 온 마켓오 공식 블로그는 지난해 7월 31일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오리온 측은 "마켓오 제품에 대해 포장재개선 및 증량을 단행한데 이어 올해는 버터팔렛 등 전략 신제품으로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