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조리팀과 연구원들의 끊임없는 소통이 대량 라면의 비법"꾸준히 새로운 시도 펼칠 것… 신라면 스프 넣은 쌀 파스타 메뉴 구상중"
  • ▲ 농심 본사 구내식당에서 농심 직원들이 금요일 '라면데이' 메뉴로 나온 둥지냉면을 맛보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농심 본사 구내식당에서 농심 직원들이 금요일 '라면데이' 메뉴로 나온 둥지냉면을 맛보고 있다. ⓒ김수경 기자

    매주 금요일 점심 즈음이 되면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 구내식당에서는 '보글보글' 라면 끓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한다. 평균 800봉지, 비오는 날이나 신제품이 메뉴로 나오는 날엔 최대 1000봉지의 라면이 소비되며 지금까지 끓인 라면만 약 250만개가 넘는다.

    5일 농심에 따르면 지난 1965년 9월 창립 이후 51년째 이어오고 있는 라면데이(Day)는 일주일에 한번씩 맛보는 '특식'을 넘어 고유의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농심 본사 라면데이에는 무더운 여름 날씨를 고려한 '둥지냉면'이 메뉴로 나왔다. 여기에 흰쌀밥과 볶음밥, 소고기 샐러드, 튀김만두, 김치가 더해져 푸짐한 한 끼 식사가 차려졌다. 

  • ▲ 농심 본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을 '라면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라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농심 본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을 '라면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라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끓여준 라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절로 떠오를 만큼 이날 '둥지냉면'은 집에서 직접 끓여먹을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수백명분 라면을 동시에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면발이 불거나 뭉치지 않은 것은 물론 곁들여 먹는 다른 음식들과의 조화도 맛깔스러워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9년째 농심 직원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김선미 영양사는 "최대 1000인분 가량의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데는 주방 직원들과 농심 라면 연구원들의 끊임없는 소통이 큰 몫을 했다"면서 "배식 과정에서 면발이 부는 것을 막기 위해 조리 시간을 30초 단축시키고, 짜장 라면이나 비빔면은 연구원들의 조언에 따라 적정 비율의 짜장 소스로 만들어 뿌리는 등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냉면이나 비빔면,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는 뜨끈한 국물이 있는 라면, 맛짬뽕, 짜왕, 콩나물 뚝배기 등 신제품  등을 선별해 제공하고 있다"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먹는 일명 '짜파구리'가 유행했을 때 메뉴로 내놓은적이 있는데 그때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수민 영업기획팀 사원은 "라면데이는 일주일 중 최고 별미라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가 나왔는데 정말 맛있어서 그 이후로 집에서도 가끔 해먹고 있다"고 말했다.


  • ▲ 농심 본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을 '라면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라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농심 본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을 '라면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라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농심 라면데이는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직원들의 입맛과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는 고집에서 시작됐다. 라면데이에서 실제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정종헌 농심 스프개발팀 과장은 "연구원들에게 라면데이는 또 하나의 연구아이템"이라면서 "라면데이에 나왔던 '홍합 짬뽕', '바지락칼국수' 등 기존 농심 제품에 색다른 재료를 넣은 라면을 먹으면 연구에 많은 참고와 도움이 돼 식당 조리사님들께 한 수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춘호 농심 회장도 라면데이가 되면 집무실에서 직접 맛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박준 대표이사 등 농심 최고경영진들은 라면데이 때 종종 구내식당을 찾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될 정도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구내식당은 라면데이 덕분에 신대방동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면서 "주변 회사나 인근 주민들까지 라면데이에 식사를 할 수 없냐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심 라면데이는 이제 하나의 기업 문화로 자리잡은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면서 "농심 라면 중 쌀로 된 제품이 많은데 신라면 스프를 넣어 감칠맛이 나는 '쌀면 파스타'를 라면데이 메뉴로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농심 라면데이는 서울 본사뿐만 아니라 안양, 안성, 아산, 구미, 부산, 녹산 공장에서도 매주 진행되고 있어 전국 4800여명의 농심 직원들은 매주 농심 라면을 맛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