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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에서 출자전환을 제외한 나머지 후판대금의 14%를 10년 분할로 갚겠다고 전해왔다. STX조선 회생을 위해 어음 연장까지 해줬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후판을 생산하는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STX조선의 후판대금 상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60일 어음을 180일까지 연장해주며 철강사들도 STX조선 회생을 위해 노력했건만, 이제와서 출자전환을 제외한 일부 금액만 10년 분할로 갚겠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3사는 최근 STX조선해양을 상대로 원자재 구매 관련 채권을 우선 변제해달라는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모든 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철강사들은 어음으로 거래한 후판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철강사들은 제대로 된 대금 상환계획만 제출하면 현금결제 조건으로 후판공급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STX는 이마저도 미루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STX조선으로부터 받지 못한 후판대금은 모두 847억원에 달한다. 그 중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32억원, 현대제철 142억원순이다.
STX조선은 지난달 관계인설명회에서 상거래채권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STX조선 주식을 원치도 않고 나머지 금액을 10년 분할 상환한다는 것도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어음 결제를 주장하면서 수입산에 대해서는 현금 결제를 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STX조선에게 갑질을 한다느니 현금장사만 했다느니 말이 많은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STX조선은 어렵다고 하면서 수입산에는 현금결제를 해주는 이중행태를 보여왔다"고 성토했다.
이어 "철강사들에게 STX조선은 중요한 고객"이라면서 "STX조선 회생을 위해 철강사들도 최대한 편의를 봐주며 노력해왔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