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류업체도 무알코올 표시 기준 몰라 혼란식약처 "용어 혼재된 상황, 명확한 기준 정립해 다음달 밝힐 것"
  • 우리가 눈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적 자극은 어떠한 사물의 전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과 포장, 광고와 홍보 등을 통해 갖춰지는 하나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보증서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잘못된 보증서는 소비자들에게 오해와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술과 담배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제품 표기와 관련된 맹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진로
    ▲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진로


    "알코올 프리(alcohol-free), 논알코올(None Alcohol), 알코올 낫 에디드(alcohol not added) 이게 다 다른 말이라고요?" 

    무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알코올과 관련된 표기가 혼재 돼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론 무알코올 맥주를 취급하고 제조하는 업체조차도 무알코올 표기 기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무알코올 맥주를 즐겨 마시는 임산부 김미경 씨(29세, 주부)는 "요즘처럼 더운날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날때가 많았는데 무알코올 맥주는 임산부나 청소년이 마셔도 된다고 해서 즐겨 마셨다"면서 "알코올이 아예 없는줄 알고 마셨는데 아이에게 혹시 안좋은 영향이 가진 않았을지 화나고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무알콜 맥주를 유통하는 주류업계 관계자에게 알코올 프리와 논알코올, 알코올 낫 에디드와 같은 용어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다 똑같은 말 아니냐"면서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내 주세법 상 알코올 도수 1도 미만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알콜 맥주라고 하더라도 소량의 알코올이 포함 될 수 있다. 

    명확한 표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무알코올 맥주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무알코올 맥주 판매액은 4억19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5% 증가했다. 이마트는 하이트제로, 마이셀, 웨팅어 캔, 비트버거, 바바리아애플, 바바리아레몬, 바바리아, 홀스사과맛, 맥스라이트 등 총 10여종의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 중 유일하게 무알코올 맥주를 제조·판매하는 하이트진로는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 0.00%'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4.1%를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제로 0.00%는 알코올이 전혀 포함 돼 있지 않은 제품"이라면서 "알코올이 없는 음료지만 제품에 '성인용음료'라고 적혀있고 프로모션이나 광고에도 성인음료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등 청소년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체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 측은 모두"무알코올 맥주 판매시 상품 바코드를 찍으면 포스 시스템에 '아동·청소년 판매금지'라는 문구가 뜨고 신분증을 검사하도록 돼 있다"면서 "청소년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 오른쪽부터 밀러 맥스라이트, 클라우스탈러, 웨팅어프라이. ⓒ각사
    ▲ 오른쪽부터 밀러 맥스라이트, 클라우스탈러, 웨팅어프라이. ⓒ각사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표기와 관련한 기준은 전무하다.

    식품 등의 표시를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무알코올과 관련한 표시 용어가 우리나라에서는 혼재 돼 사용되고 있다"면서 "알코올 프리는 말 그대로 알코올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고, 알코올이 1% 이하로 포함 돼 있으면 논알코올, 알코올 낫 에디드는 알코올 프리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무알코올과 관련한 기준이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현재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으며 다음달 쯤 밝히겠다"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