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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눈 감고 마시면 맛 구별 못한다?"
치킨과 피자,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때면 꼭 생각나는 시원한 콜라 한 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를 대신해 콜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두의 입에 친숙한 음료이지만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콜라 브랜드는 어떤 제품보다도 확고하다.
실제 국내 콜라 시장 규모는 약 90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코카콜라가 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펩시콜라가 24%, 기타 콜라 브랜드는 1%에 불과하다. 코카콜라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은 철옹성처럼 몇십년째 무너지지 않고 있다.
뉴데일리경제는 최근 6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5명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숨긴 채 콜라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진행하고 '진짜 콜라 맛'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코카콜라, 펩시콜라, 이마트콜라와 최근 새롭게 출시된 815콜라 총 4종으로 이뤄졌다. 무늬가 같은 종이컵에 같은 양을 따라 각 테스터들에게 평가를 의뢰했다. 테스터로는 20년 넘게 코카콜라만 고집했다는 유통팀 기자부터 서울의 한 교회에서 주최한 콜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등한 전력이 있는 여성 직장인을 포함해 총 5명이 참여했다. -
먼저 종이컵에 4종의 콜라를 같은 양으로 따른 뒤 시각적인 차이를 확인했다. 콜라의 색상이나 농도, 탄산에는 4종 모두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데 5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동의했다.
맛을 보기 시작하자 조금씩 의견이 갈렸다.
20년 넘게 코카콜라만 마셔왔다는 진범용 뉴데일리경제 기자(29세)는 "A는 뒷맛이 싱거운 느낌이 강하고 예전 콤비콜라처럼 단순히 콜라 맛을 따라한 것 같고 D는 뒷맛이 쓰고 탄산을 억지로 넣은 느낌이 난다"면서 "B는 코카콜라 특유의 뒷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C는 뒷맛이 밍밍해 펩시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맛으로만 따진다면 B-C-D-A 순"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서울의 한 교회에서 주최한 콜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한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 맹보경 씨(39세)는 진 기자와 의견이 정확히 일치했다.
맹 씨는 "A와 D는 평소 접해본 콜라의 맛이 아니고 뭔가 애매한 맛이다. B와 C가 가장 익숙한 맛인데 C가 단맛이 강해 B가 익숙한 코카콜라 맛 같다"면서 "맛으로만 순위를 따지자면 B-C-D-A 순"이라고 말했다.
평소 콜라를 즐겨마시지는 않지만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때면 꼭 코카콜라를 함께 마셔왔다는 한아름 뉴데일리경제 기자(27세)는 "A와 D는 너무 단 맛이 강했으며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고 B는 적당한 단맛이 났다"면서 "C는 익숙한 맛이라 가장 맛있게 느껴져 아마 코카콜라인것 같다"고 전했다.
한 기자가 뽑은 콜라 맛 순위는 'C-B-D-A'였다.
본 기자가 직접 테스트한 콜라 맛 순위는 한 기자의 의견과 같았다. A는 단맛이 강하고 싱거운 맛이 났으며 B는 단맛이 적고 약간 밍밍한 것 같았다. C는 4종 중 탄산이 가장 오래까지 남아있는 것 같았으며 제일 맛있어서 코카콜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D는 처음에는 탄산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밍밍해지고 시큼한 뒷맛과 물을 탄 듯한 밍밍한 맛이 났다.
5명의 테스터 중 유일하게 다른 의견을 낸 참가자는 1년에 한 번 콜라를 먹을까 말까 할 정도로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는다는 회사원 임서진 씨(48세)였다.
임 씨는 "A는 단맛이 강하고 사이다맛이 났고 B는 톡 쏘는 탄산이 적은거 같고 싱거운 맛이 난다"면서 "C는 톡 쏘는 맛이 가장 강해 코카콜라 같고 D는 탄산과 단맛이 적절해 가장 맛있었다. D가 코카콜라인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임 씨가 정한 순위는 'D-C-B-A'였다. -
5명 모두 같은 조건으로 실험에 참여했지만 맛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달랐다. 맛에 있어서 대부분 B와 C에 좋은 점수를 줬으며 단 한명만이 D를 1등으로 꼽았다. 코카콜라를 가려내는 것을 두고도 2명은 B, 2명은 C, 1명은 D를 선택했다.
블라인드 테스트가 모두 끝난 뒤 4종의 제품명을 공개했다. 정답은 A는 웅진 815콜라, B는 코카콜라, C는 펩시콜라, D는 이마트 PB 콜라였다.
5명 중 실제 제품명을 모두 정확하게 맞힌 참가자는 진범용 기자와 맹보경 씨였다.
진범용 기자는 "코카콜라 특유의 뒷맛이 있는데 B에서 정확히 그 맛이 났다"면서 "이번 테스트에서 놀랐던 것은 이마트 콜라가 정말 맛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테스트에서 펩시콜라를 코카콜라로 착각한 한아름 기자는 "평소 코카콜라를 선호했고 펩시콜라는 맛이 없다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이번 테스트에서 펩시콜라가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면서 "브랜드나 디자인이 아닌 맛으로만 콜라를 판단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것 같다"고 말했다.
본 기자 또한 평상시 코카콜라는 톡 쏘는 탄산이 강하고 펩시는 탄산이 약하고 너무 달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코카콜라 탄산이 약하게 느껴졌고 펩시가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브랜드나 상표를 모두 제거하고 오직 맛 만으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도 여전히 코카콜라가 우위를 차지한 것은 비단 소비자 선호도가 브랜드나 마케팅만의 힘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코카콜라를 제외한 많은 콜라 브랜드들이 자체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콜라를 선보이며 맛 평가에서 코카콜라를 앞섰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맛있는 맛'보다 '익숙한 콜라 맛'이 아닐까. 코카콜라를 따라잡기 위한 국내 콜라 브랜드들이 이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롯데마트몰에서 판매중인 1.5리터 제품을 기준으로 100ml당 가격은 코카콜라 186.6원, 펩시콜라 144원, 815콜라 126원, 이마트몰 기준 이마트 콜라는 100ml 당 72원이다. 가장 저렴한 이마트콜라와 가장 비싼 코카콜라의 가격은 약 2.6배 차이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