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사장 "고객 신뢰 회복 위해 구입시기 상관없이 전량 신제품 교체""미루고 미루다 리퍼폰 주고 땡인데"… 이례적 리콜 결정, 위기관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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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노트7의 발화 논란과 관련,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삼성본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종희 기자.
삼성전자가 '발화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리콜을 전격 결정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2일 "갤럭시 노트7을 구입 시기와 무관하게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배터리 공급사와 함께 불량인 부분을 조사하고 있지만,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과의 신뢰를 지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비록 일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이번처럼 리콜 대상 품목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고장 난 스마트폰을 바꿔주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맞수 애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애플은 무대포식 AS 정책으로 말썽을 빚는 등 고객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수시로 받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개에 달하는 불공정 AS 조항을 바꾸라는 제재 조치를 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에 문제가 생겨 교체를 요구해도 3~4일씩은 족히 걸리고, 그나마도 새 스마트폰이 아닌 리퍼폰을 주는 실정이다.
리퍼폰은 결함이 있는 스마트폰 부품을 바꿔 다시 조립한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달랐다. 논란이 일자마자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해 폭발 원인을 조사했다.
미심쩍은 경위가 발견된 지난달 31일부터는 곧바로 국내 공급까지 잠정 중단한 채 발 빠르게 대응책을 찾았다.
결국 이틀 뒤인 2일에는 리콜을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적인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막았다. 고객과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리콜은 회사 측이 제품 자체의 결함을 발견해 생산 일련번호로 추적한 후 해당 부품을 점검·교환·수리해주는 일종의 소비자 보호제도다.
이번 논란은 앞서 지난 24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총 5∼6건의 '폭발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충전 중 발화한 것으로 지목된 갤럭시노트7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전부 배터리가 내장된 왼쪽이 심하게 불 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원인은 배터리 셀 불량이다. 공정상 품질관리 수준이 미흡했던 게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 노트7은 지난달 19일 출시 이후, 홍채인식과 같은 혁신 기술에 힘입어 예약 판매 기간에만 40만 대 넘게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고동진 사장은 "고객 안전과 품질, 신뢰 차원에서 배터리 교체가 아닌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