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배당ᆞ나스닥상장 요구 등은 '함정'엘리엇, 50% 육박 외국인주주들 이끌땐, 삼성 주도권 뺏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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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분할 요구에 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엘리엇의 '숨은이빨'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합병과정에서 삼성그룹 측과 전면전을 치르면서 존재가치를 입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45% 오른 169만1000원에 거래됐다. 또한 장중 한때 17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삼성생명(2.39%), 삼성물산(4.61%), 삼성에스디에스(3.08%) 등 주요 그룹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의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 나스닥에 각각 상장,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등을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할 것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30조원의 특별배당(혹은 1주당 24만5000 원의 배당 지급),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와 나스닥 동시 상장, 독립적 3명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의 제안은 삼성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란 분석이다.

    엘리엇의 주장대로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한다면 당장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 약 15조원의 국부유출이 일어날 것이란 판단이다. 이는 올해 삼성전자 배당액 3조원의 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신사업 발굴과 이익극대화를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이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도 삼성전자를 그들의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여 구미에 맞게 요리를 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역시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집중투표제 등을 활용해 기업을 그들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지분 50.74%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주주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엘리엇 측의 제안 내용은 외국인 주주들이 그동안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주장해온 것들이어서 이들의 호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지분율이 0.12%인 영국 3대 자산운용사인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는 엘리엇에 동조의 뜻을 밝혔고, 삼성전자 지분 0.8%를 보유한 네덜란드의 APG펀드도 엘리엇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며 찬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외국인 주주들의 엘리엇 동조가 이어질 경우 이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의 건은 물론 내년 정기주총 등에서 삼성전자에 가해지는 외국인 주주들의 압박은 한층 거세게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차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보다 확실하게 공개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해 갈 필요가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그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해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