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원고 패소' 판결법원 "직원들 정기 정보교환…가격 추종 볼 만한 규칙성 찾기 힘들어"
  • ▲ 볼보그룹코리아의 화물차. ⓒ연합뉴스
    ▲ 볼보그룹코리아의 화물차. ⓒ연합뉴스


    가격담합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대형화물상용차 업체들이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업체들은 가격담합을 이유로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전지원 부장판사)는 12일 화물차 소비자 136명이 현대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다임러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볼보그룹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 등 6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덤프트럭, 카고트럭, 컨테이너 운송용 트럭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2002년부터 2011년 가격 인상 계획 등 영업비밀을 공유하며 가격 경쟁을 회피했다고 보고 2013년 시정명령과 함께 1160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정보교환을 통해 확보한 경쟁사의 가격 정보 등을 자신들의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공동으로 가격을 정한다는 묵시적인 의사 일치가 형성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징금 처분을 받은 6개 업체는 영업 담당 직원끼리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판매 실적과 가격, 손실률, 재고현황, 판매목표 등 영업정보를 주고받았다. 총무를 정해 모임 날짜를 정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또 수시로 이메일과 전화 연락을 통해 판매한 차량 수와 예상 판매량, 목표량, 재고량 등을 서로 알려줬다. 공정위에서 발견한 이메일은 총 550건에 달했다.

    이에 차주들은 2014년 10월 "담합기간 동안 대형 트럭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담합에 의한 부당한 마진만큼 손해를 입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을 함께 정했거나 위법한 담합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보교환이 이뤄진 모임은 영업 담당 직원들로,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이 없었다"며 "이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550건 중 가격에 관한 정보는 6건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정위는 주로 다른 업체들이 볼보그룹코리아 가격을 추종했다고 봤지만, 가격 인상 내역을 살펴보면 동조적인 가격 추종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규칙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현대차를 제외한 5개 업체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낸 과징금 등 취소 소송에서도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8월까지 잇달아 이겼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