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 신설, 저속철 논란… 충남북 반발 거세대전지하철 연결… BRT와 중복 투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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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 BRT 노선에 투입될 예정인 바이모달트램.ⓒ연합뉴스
세종시의 대중교통 계획이 중구난방이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대중교통수단의 근간으로 삼았지만, 지역 선출직 공무원의 세종역 신설, 대전지하철 연결 등 잇단 전시성 발언으로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최근 세종시 광역교통망 논란에 불을 댕긴 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국회의원의 KTX 세종역 설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국철도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TX 세종역 신설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세종역이 없어 세종 시내 공무원과 시민이 애를 먹고 있다"며 "세종역이 신설되면 세종시민은 물론 인근 유성과 대전시민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역 설치는 이 의원의 제20대 총선 공약이다.
이에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세종역 신설은 이미 지난 8월 사전타당성 조사를 의뢰했고 연말께 결과가 나온다"고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충북지역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종역이 생기면 오송역의 값어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충북은 역 간 거리가 짧아 KTX가 저속철로 전락하고 인근 공주역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KTX 공주역과 오송역 구간은 44㎞로, 14분 거리다. 세종역이 추가로 들어서면 공주역∼세종역, 세종역∼오송역 구간 거리가 각각 22㎞로 반분 된다.
역 간 거리와 속도 저하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효율성 측면이다. 애초 공주역 선정 과정에서 거론됐던 세종역 후보지는 오송역과 공주역 중간쯤인 세종시 발산리 지역이다.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동남쪽의 금남면 황룡리가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이곳은 연결도로망이 없고 곡선구간이어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세종역 건설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발산리에 세종역이 생겨도 정부청사에서 BRT로 오송역까지 가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BRT는 전용 도로와 우선신호체계를 도입해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교통시스템이다.
현재 BRT로 정부청사에서 오송역까지는 15분쯤 걸린다. 세종역이 생겨도 정부청사에서 발산리까지 빨라야 10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5분을 단축하려고 세종역을 짓느니 BRT 정시성을 확보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다.
세종역 이용 수요 문제도 제기된다. 오는 2019~2020년에는 오히려 오송역과 가까운 행복도시 5·6생활권에 20만 가구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철 건설 논란도 불거졌다. 같은 당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열린 모 경제지 주최 포럼에서 대전시와 세종시의 상생 발전을 위해 대전시 지하철 1호선의 세종시 연장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전시-세종시 지하철 연결은 세종시가 2013년 공시한 2030 도시기본계획에 처음으로 담겼다. 대전지하철 1호선을 대전 반석역에서 세종 서창역까지 28.5㎞ 연장한다는 구상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시장은 관련 연구결과가 나와봐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아직 연구가 시작되기도 전이어서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대전지하철 세종 연결은 BRT 근간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애초 BRT 건설이 지하철을 대신해 추진된 교통정책이라는 것이다. 행복도시건설청 설명으로는 이미 반석역~정부청사~오송역 구간에 BRT 인프라가 구축돼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1만6000여명이 바이모달트램과 천연가스(CNG)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또한 세종시의 대전지하철 연결 구상은 1단계 반석역~정부세종청사, 2단계 정부청사~조치원~오송역으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종시는 행복청에 정부청사~조치원 구간 BRT 연결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복 투자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설상가상 대전~세종 구간은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사업타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종시가 대중교통망 구축과 관련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명수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전은 대중교통망 연결 체계가 지하철(1호선)과 노면전차(2호선)이고 세종은 BRT라서 접근방식이 다르다"며 "이 둘을 단순히 연결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전문가는 "이 의원이나 이 시장의 주장은 세종시의 핵심 대중교통체계인 BRT에 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보다 장래의 교통 수요를 따져봐야 하고 중복투자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