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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분양시장 호황에 따른 건설사들의 공급량 증가가 하자분쟁 등의 소송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피소금액과 피소 건이 나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획소송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관련 절차와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피소 내용이 공개된 8개사 피소금액은 상반기 기준 2조181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6263억원에 비해 1.34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삼성물산이 171억원에서 2353억원으로 13.6배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포스코건설(1.78배) △GS건설(1.76배) △SK건설(1.46배) 등이 평균 증가세를 웃돌았다. 현대건설은 8개사 중 유일하게 피소송가액이 줄어들었다. 현대건설 피소송가액은 지난해 4477억원 대비 25.6% 감소한 3327억원으로 나타났다.
피소금액 기준으로는 대림산업이 6019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어 SK건설(3760억원), 현대건설도 평균(2726억원)을 상회했다.
이처럼 송사금액이 늘어난 것은 건설사의 결함보수 책임범위가 넓어지면서 아파트 하자보수 등 소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법에 따르면 10년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담보책임기간에 하자가 발생하면 입주자 등은 사업주체(시행사 및 시공사)에게 하자보수청구를 할 수 있으며, 요건이 충족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여기에 2013년 6월 하자담보 책임과 관련 시공사 책임을 강화한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관련 소송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기둥과 보·바닥·지붕 등 주요 구조부는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으며,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구조적 하자에 대해서도 최장 5년까지 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신청건수는 2013년 953건에서 2014년 1676건으로 증가했으며, 2015년도 한 해 동안에는 4700억원 규모 하자소송이 진행됐다.
문제는 로펌 등이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함께 기획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소송은 법조브로커 등이 단지 입주민들을 모아 계약조항과 실제 준공내역 차이 등을 이유로 계약파기 등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벌이는 소송을 일컫는다.
기획소송은 피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내 국가나 대형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 잡을 수 있고, 피해자별 소송비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나 법조브로커가 수임료나 알선비를 챙기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입주자와 건설사가 원만하게 합의해 정상적으로 하자보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기획소송을 부추기는 브로커가 가세해 소송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하자분쟁 10건 중 8~9건은 기획소송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소송 중에는 변호사나 법조브로커가 입주민들을 현혹해 제기하는 경우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경제적 이익을 부풀려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입주민과 건설사 등 당사자간 갈등·분쟁을 심화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지연시킨다"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피소 건은 82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696건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주택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현대건설(207건) △삼성물산(134건) △GS건설(116건) △대림산업(109건) 등의 소송 건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의 경우 구월주공재건축 사업과 697억원 규모 하자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림산업도 성당주공1·2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363억원이 넘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진행 중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나 경인지하철 등에서 담합이 적발되면서 급증하는 행정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기획소송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증가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나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일선 부서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하자분쟁과 관련, 명확한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일방적인 소 제기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하자분쟁 관련 당사자 일방이 조정절차의 이용을 원할 경우 그 상대방도 분쟁 조정에 응하도록 하는 등 쌍방 의무로 하는 법령상 보완이 필요하다"며 "또 실제 판결 과정에서 법원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기준에 이견이 있는 만큼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 판정 기준이 제정돼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