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4일 경기 수원에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하자, 수원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4일 경기 수원에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하자, 수원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뉴시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여일 앞둔 가운데 수능 당일 혹시 모를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대구·부산·전남 등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1978년부터 시작된 한국 기상청 계기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후 경주 부근에서는 규모 2.0 등 5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 지난 24일에는 규모 2.3 지진이 경기 수원에서 발생하면서 한반도 전체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견이 오르내렸다.

    이 가운데 내달 17일 시행되는 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교육부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지진 매뉴얼'을 마련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지진 매뉴얼은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예정으로 아직 완전히 마련된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언론 등에) 양해를 부탁드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진으로 수능 당일 시험 자체가 취소된 적은 없지만, 교육부는 시험 실시에 따른 지진 대비 매뉴얼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2017학년도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진 매뉴얼 자체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난 대응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지진 발생으로 수험생의 대학 입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이미 오래 전부터 사전 훈련, 재시험 등으로 대비했다.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한 대입시험으로 일본은 대학입시센터시험을 실시한다. 일본은 지진 등으로 대입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을 위해 기존 날짜와 별도의 재시험 일정을 공지, 재시험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이른 시일 내 일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호숙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일본 대입시험은 재시험 일정을 미리 정해 놓는다. 지진뿐만 아니라 대설 등 자연재해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매년 재시험 일정을 잡고 이마저도 어렵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정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올해 일본 대입시험의 경우, 지난 1월 16·17일을 본시험으로 정했고 재시험은 같은달 23·24일로 공지했다. 일본 대학들은 입시 기준을 따로 마련하기 때문에 지진 피해 등으로 인한 부분을 고려한다.

    구니이 유타카 사이버한국외대 교수는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 피해를 본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해 대학별로 다시 실시하거나, 성적에 반영해주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대입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실시된다. 문제은행식은 상당수 문제를 미리 개발·축적한 뒤 시험에 활용하는 형태다. 이에 재시험을 시행해도 곧바로 출제 문제를 교체할 수 있다.

    한국 수능은 시험 시행 약 1개월 전부터 문제 출제·검토위원 등을 대상으로 합숙을 실시, 수능 당일에서야 퇴소할 정도로 한 차례 치르는 시험을 위해 각별한 보안을 유지한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의 경우 지진 발생 등으로 수능 재시험 일정을 다시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2017학년도 수능이 20여일 남은 상태에서, 수능 체제를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적용되는데 향후 수능에 대한 보완되는 부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출제 방식은 문제은행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고교 교육 이수를 검증하고 대학에서 학생 선발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교총은 강조하고 있다. 수능 당일 (특정 시간대) 비행기 이착륙도 멈춰진다. 앞으로 교육부가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대입시험 지진 대비책 외에도 아예 공교육 진입부터 체감적 훈련을 지속적으로 훈련한다.

    윤 교수는 "1995년 1월17일 '한신아와지 대진재'(고베 대지진)로 알려진 규모 7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히로시마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전자제품이 떨어지는 등 지진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 일본의 경우 방제훈련이 철저하다. 재해 상황을 정해 학교 전체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등 일부는 매월 한 차례씩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배포된 교육부 '지진대피요령 교육자료'에는 지진 발생 시 학교장을 본부장으로 상황반 등을 구축하고 학생 대피를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경주 지진 당시 몇몇 학교 교사들은 야간자습 중이던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해 논란이 됐다. 대피 후 추가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 우려에도 자습만을 요구한 것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과 달리 체계적인 한국의 대응책은 미비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준비만이 만약에 발생할 지진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인의 견해다.

    유타카 교수는 "일본에서는 유치원부터 지진 대비 교육을 실시해 습관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10년에 한 번꼴로 일본에서는 큰 지진이 발생한다. 일본 대입시험은 재시험 제도도 있고 대학별로 가중치가 다르다. 자연재해를 어떻게 막을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대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 지진으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인데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본어로 '오카시'는 과자를 뜻한다. 지진 교육에서 오카시는 △미루지 말고 △뛰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줄임말로 이해하기 쉽게 교육한다. 지진 직접 체험 교육은 '무서움'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지진을 늘 대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