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의계약 31.6% 롯데와 체결 GKL "고객 선호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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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지난해 수의계약을 통해 롯데백화점 상품권과 롯데면세점 선불카드 구입에 25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세븐럭카지노 부산점을 찾은 고객과 가이드를 위해 구입한 내용"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샤넬·프라다와 같은 명품 경품행사 진행까지도 서울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등 대부분 롯데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특정기업 밀어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체 수의계약 중 롯데와 31.6% 체결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수의계약건수는 총 491건으로 이중 500만원이상 체결돼 공개대상이 된 계약은 309건, 105억116만8089원이다.GKL가 지난 한해 동안 △롯데쇼핑부산점(롯데백화점 부산점) △롯데면세점 코엑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롯데카드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계열사와 맺은 수의계약은 총 45건에 달한다.롯데계열사와 체결한 수의계약 총액은 33억196만7050원이나 된다. 이는 전체 계약규모의 31.6%에 해당한다.세부적으로 GKL은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는데 25억5004만원을 썼다. 용처는 고객대상 이벤트, 경품 구매용 등이었다. 또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를 구입하는데 3억5094만원을 썼다.이와 관련해 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상품권은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각 근거와 사유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특히 롯데와 계약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부산 롯데점이 부산 롯데호텔 내에 위치해 있고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랜드코리아레저가 서울 강북 힐튼과 강남 코엑스에 각각 운영 중인 세븐럭카지노의 경우는 호텔신라 측과 수의계약을 맺고 상품권을 판매해왔다.GKL 측은 "강남 코엑스점과 강북 힐튼점은 (상품권 구입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두 차례나 호텔신라만 입찰, 최종 유찰됐다"면서 "두 차례 유찰된 뒤 결국 두차례 입찰에 응했던 호텔신라와 수의계약을 진행했다"고 했다.실제 GKL가 지난해 호텔신라와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6건으로 17억3850만원에 달한다. 강북 힐튼과 삼성 코엑스점 전체 선불카드 구매 규모가 부산점 한 곳에도 못미친다.특히 백화점상품권 구매는 롯데백화점에서 25억원 구매가 이뤄질 동안 현대백화점에서 9월25일 골프대회 시상차 단 한차례(755만원) 계약이 이뤄졌다.경품이벤트에 동원된 상품들은 대부분 '롯데'를 통해 조달됐다. 지난해 1월18일 신상대전 중국 VIP 경품 이벤트에서는 쿠첸, 삼성카메라, 정관장 등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통해서 샀다.2월7일 샤넬 경품행사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프라다 경품행사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 각각 계약이 체결됐다. 갤럭시 S6 경품 구매도 롯데하이마트가 계약 대상자였다.GKL의 이벤트의 다른 백화점이 활용된 경우는 지난해 9월 2일 국제 VIP추석선물 제공용으로 현대백화점에서 한우명품세트와 전통주세트(2676만원)를 구입한 게 전부였다.◇ 2천만원씩 쪼개서 처리GKL 측은 롯데상품권과 선불카드 등의 수의계약 근거 및 사유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 1항 2호와 5호를 가장 많이 들었다.특히 시행령 제 26조 1항 5호 가목을 사유로 제시한 총 계약건수 252건 중, 2천만원이 초과하는 계약은 52건이나 된다.지난해 1월8일 고객대상 이벤트용으로 롯데상품권 2억원어치를 구입하면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 26조 1항 5호 가목을 근거로 들었다.하지만 가목의 경우, 2천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 계약 또는 용역계약만을 허용하고 있어 과연 수의계약 근거로 적절한지 의문이 뒤따른다.이에 GKL 측은 "한꺼번에 해당 액수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행사때 마다 구입한 것"이라며 "한 번 구입할 때마다 2천만원씩 (나눠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중국고객 유치사건 관련 보충계약 및 형사사건 자문계약을 위해 법무법인 화우와는 무려 8억645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도 진행했다.이처럼 수의계약이 특정업체와의 돈독한 계약관계로 연결되는 만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시행에 발맞춰 공공기관, 공기업의 수의계약도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각종 비리·의혹의 정점에 선 수의계약의 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한 공기업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2천만원 이하로 나눠서 결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통상적으로 수의계약은 장기간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