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편의점서 오!감자 토마토·포카칩 토마토 등 신제품 잇따라 발주 정지 당해올해 14종 신제품 내놨지만 대부분 인기 스낵 후속 시리즈"차별화된 연구, 개발 보다 트렌드 좇기에 급급"지적초코파이 情 바나나 인기 하락도 오리온에 악영향 미쳐
  • ▲ 오리온 오!감자 토마토케찹맛(좌), 포카칩 토마토 파스타맛. ⓒ오리온
    ▲ 오리온 오!감자 토마토케찹맛(좌), 포카칩 토마토 파스타맛. ⓒ오리온

    오리온이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들이 출시 1년도 채 안돼 줄줄이 매장에서 철수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대중성 있는 요리와 과자를 접목한 이색적인 시도를 해왔지만 차별화된 아이디어보다는 '이 맛 저 맛' 트렌드 쫓기에만 급급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음료 신제품 반응과 트렌드를 가장 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유통업계 척도로 꼽히는 편의점 업계를 통해 오리온 신제품 현황을 살펴봤다.

    31일 A 편의점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시된 오!감자 토마토케첩맛과 3월 출시된 포카칩 토마토 파스타맛을 상반기에 발주 정지했다. 출시 반년만에 매대에서 제품을 아예 뺀 것. 소비자들이 찾기 않기 때문이다.

    A편의점 관계자는 "두 제품은 전체 감자 스낵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0.5%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 밖에도 작년에 출시된 포카칩 라임페퍼, 스윙칩 허니밀크, 오감자 허니밀크도 반응이 좋지 않아 올해 발주를 정지했다"고 전했다. 

    B편의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난 4월 스윙칩 허니밀크, 6월에는 뉴팝군옥수수, 10월에는 포카칩 라임페퍼와 오!감자 토마토케첩맛 제품의 발주를 각각 중단했다.

    C편의점 또한 포카칩 토마토 파스타맛과 오!감자 토마토케첩맛, 포카칩 라임페퍼, 스윙칩 허니밀크 발주를 정지시켰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오리온이 다른 해에 비해 올해 들어 신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면서 "대부분이 기존 있는 상품에 새로운 맛만 추가한 제품이어서 소비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오리온은 지난해에는 총 7종의 과자 신제품을 선보였고 올해는 31일 현재까지 그 2배인 14종을 선보였다.

    지난 1월 오!감자 토마토케첩맛을 시작으로 초콜릿 미스터비(Mr.B), 스윙칩 간장치킨맛, 초코파이 情 바나나, 포카칩 토마토 파스타맛, 도도한 나쵸 살사소스맛, 마켓오 버터팔렛, 와우 톡톡콜라, 포카칩 구운김맛, 고래밥 양념치킨맛, 썬 멀티그레인, 무뚝뚝 감자칩, 치즈네?!,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말차를 연달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은것처럼 보이지만 인기 제품인 오!감자와 스윙칩, 초코파이, 포카칩, 도도한 나쵸, 고래밥, 리얼 브라우니 등 기존 브랜드에 새로운 맛을 더한 후속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반응이 좋다고 홍보했지만 막상 시장에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색다른 제품을 연구 개발해 내놓기 보다는 인기 상품에 숟가락만 살짝 얹고 있어 이걸 신제품이라고 봐야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 초코파이 情(정) 바나나. ⓒ오리온
    ▲ 초코파이 情(정) 바나나. ⓒ오리온


    올 상반기 제과업계에 불었던 '바나나 열풍'이 사그라든 것도 오리온에 악영향을 미쳤다.

    B편의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지고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면서 식품업계의 히트상품들의 유행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올 초 큰 인기를 끌었던 오리온 초코파이 情(정) 바나나의 열풍이 빠지면서 오리온 제품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지난 3월 초 출시한 '초코파이情 바나나'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지만 상반기 이후 급속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B편의점에 따르면 '초코파이情 바나나'는 지난 4월 역대 최고 매출을 찍었으며 이후 매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4월 매출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5월에는 73.8, 6월 45.9%, 7월 25.2, 8월 17.8, 9월 16.7, 10월 13.2로 쪼그라들었다.

    4월에 '초코파이 情 바나나'가 100원 어치 팔렸다면 10월에는 13원 어치만 팔려 반년만에 10분의 1로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B편의점 측은 "초코파이 情 바나나 매출이 가장 높았던 시점은 올해 4월이었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서 현재는 4월 대비 13.2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C편의점에서는 지난 5월 '초코파이 情 바나나' 매출이 최고치를 찍었으며 이를 100으로 봤을 때 6월 84.6, 7월 54.1, 8월 46.3, 9월 41.9, 10월 30.2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신제품을 내놓을 당시에만 반짝 마케팅에 집중할 뿐 이후 지속적인 제품 홍보나 브랜드 관리는 사실상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충분한 연구·개발을 거치지 않은 채 트렌드만 좇는 신제품은 시장에서 오래 삼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