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 정차 시 호남선 열차 7분씩 지연… SRT 개통하면 여파 더 커져분기선 만들면 교량구간 특성상 공사비 많이 들어… 사업 효율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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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달구는 KTX 세종역 신설이 설치과정에서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이 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세종시는 간이역 수준으로 짓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본선에 설치하면 고속철 속도 저하가, 부본선(운행선이 아닌 정차선)을 따로 만들면 건설비가 많이 들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10일 열린 시정브리핑에서 "세종시 발전이 곧 충청권이 발전하는 것"이라며 "KTX 세종역은 꼭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시장은 "세종역은 세종시민만 이용할 것"이라며 "간이역 형태로 별도의 철로를 놓지 않기 때문에 500억~800억원의 예산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세종역이 생겨도 오송역 위상에는 문제가 없다"며 "수서발 고속철(SRT) 개통으로 운행 열차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차역을 일부 조정하면 저속철 우려도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 타당성 조사 결과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니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세종역 신설의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세종역 신설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역 형태가 간이역이든 아니든 호남선 본선에 역사를 설치하면 뒤따르는 고속열차의 속도가 줄 수밖에 없다"며 "통상 정차시간을 7분으로 잡으면 이후 호남선 모든 열차의 운행이 7분씩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 말대로 다음 달 중순 SRT가 개통하고 열차 운행이 늘면 세종역 정차의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면 역 간격이 22㎞쯤으로 반분돼 초미니구간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속철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열차가 세종역에 정차했을 때 후속 열차가 세종역을 지날 수 있게 부본선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문제는 세종역 유력 후보지가 교량 구간이어서 설치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애초 공주역 선정 과정에서 거론됐던 세종역 후보지는 오송역과 공주역 중간쯤인 세종시 발산리 지역이다. 이곳은 터널과 터널 사이 교량이 있는 구간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교량 구간에 간이역을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며 오송역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다만 오송역은 애초 설계를 그렇게 했고, 세종역은 나중에 역을 설치하는 것이므로 고속철이 지날 때 상판이 흔들리지 않게 보강공사를 해야 하고 교량 지지대도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이역을 놓으려고 추가로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이 될 거라는 설명이다.
세종역 신설의 효율성은 주 이용 대상인 세종시민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세종역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발산리에 세종역이 생겨도 정부청사에서 간선급행버스체계(BRT)로 오송역까지 가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BRT는 전용 도로와 우선신호체계를 도입해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교통시스템으로, 세종시의 핵심 대중교통수단이다.
현재 BRT로 정부청사에서 오송역까지는 15분쯤 걸린다. 정부청사에서 세종역 후보지인 발산리까지 빨라야 10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5분을 단축하려고 세종역을 짓느니 오송역까지 가는 BRT의 정시성을 확보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