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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논란의 발단이 된 운행계획서를 제출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정작 결정권이 없다며 발을 뺐다.
코레일은 결정은 국토교통부가 한다며 이번 논란과 관련해 소나기를 피해 가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코레일이 촉발한 저속철 논란은 지역갈등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2일 대전 유성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남고속철 논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코레일이) 호남 운행 편수의 몇 퍼센트를 운행계획에 (반영)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결정은 상부 기관(국토교통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공을 국토부에 넘겼다.
최 사장은 “(운행계획을 제출한 것은 맞지만) 저희가 제출한 대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상부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결정권도 없는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직답을 피했다.
최 사장은 코레일이 운행 편수의 20%를 서대전역 경유에 할애한 것도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최 사장은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며 “(사무실에) 가서 찾아보겠다”고 부연했다.
최 사장은 이날 결정권을 이유로 호남고속철의 저속철 논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서대전역 경유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 일로에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날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와 관련해 국내 유일의 고속철 분기역인 오송역 위상이 약화될 거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그동안 충청권 공조 등을 고려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조병옥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는 KTX 본연의 고속 기능을 훼손할 수 있고 오송역을 정차하지 않은 채 통과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송역이 분기역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호남선과 경부선을 운행하는 KTX의 정차 횟수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주시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와 국토부는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청주시는 “호남고속철 1단계 구간 공사가 끝나면 오송에서 광주까지 55분 걸리지만, 서대전역을 거치면 107분이나 걸려 국가적으로 손실”이라며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는 오송 분기역을 중심으로 국가철도망 X축을 실현해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목표에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오송 분기역은 앞으로 북한을 통한 시베리아횡단철도와의 연계까지 염두에 두고 운용해야 한다”며 “서대전역 경유 주장은 대의를 상실한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직접 만나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 뜻을 전달했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위원장과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 유성엽 전북도당 위원장 등 호남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의원 10여명은 이날 한강홍수통제소 접견실에서 서 장관을 면담했다.
이들은 “호남고속철이 서대전을 거치면 고속철 개통 이전보다 익산까지 5분, 광주 송정까지 25분 단축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위해 8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예산 낭비의 전형이며 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는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는 대전·충남권과 호남권이 상생 발전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박용재 시 교통건설국장은 “호남고속철은 호남권~수도권 접근성 개선 못지않게 서대전역과 충남 계룡·논산역에서 KTX를 이용해 온 기존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KTX 수혜지역을 확대해 지방을 상생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30∼40분이 더 걸리더라도 KTX가 일반선을 이용해 광주역을 지나야 한다고 주장해 온 광주시가 서대전역 경유에 대해서는 45분이 더 걸린다며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