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조정·기업M&A 등 골든타임 허송 1300조 가계 부채 대책 등 정책적 한계…차기정권 몫 될 듯

  • ▲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1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 뉴시스
    ▲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1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 뉴시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저금리 시대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를 찍어내는 데 골몰했다면 이제는 이를 거둬드릴 것이란 신호를 확실하게 보냈다. 신흥시장으로 흘러 들었던 엄청난 유동성이 미국으로 되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지난 1년간 금리 인상을 예고했음에도 이렇다할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금리를 내리거나 현상 유지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이 걱정이고 반대로 인상 때는 각각 1300조와 1500조의  가계·기업 부채가 도사리고 있다. 


◇ 기초체력 기른다더니 골든타임 날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년 전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상 속도는 천천히 갈 것"이라고 했다. 약속대로 미국은 금리를 올렸고 내년에는 3차례 추가 인상 그림을 공개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와 환율, 채권금리가 모조리 하락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대책을 갈구하고 있다. 

한은은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채권시장에서 총 1조2천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해 국고채 금리 인상을 억제하기도 했다. 

정책 당국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데는 우리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데 있다.  

지난해부터 온갖 코리아그랜드세일·임시공휴일 지정 등 온갖 정부 주도의 소비지향책으로 내수를 겨우 견인해왔지만 올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돈 쓸 멍석을 마련해줘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꼭꼭 닫아버린 상황이다. 

정부는 조선·해운업을 시작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고 유일호 부총리를 필두로 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만들었지만 그 뿐이었다. 

국내 1위 국적선사는 문을 닫았고 지금껏 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연명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극단적인 처방만 있었을 뿐 수술대 위에 오른 기업도, 산업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수석비서관회의서 "기업들은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신산업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M&A가 기대됐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한계기업에 대한 결단도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전체 기업 7곳 중 1곳은 3년 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금리 상승 때는 자칫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유일호 경제부총리. ⓒ 뉴데일리
    ▲ 유일호 경제부총리. ⓒ 뉴데일리



  • ◇ 차기정권 몫으로 둘까…시한부 당국자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주열 한은 총재와 만나 금리 인상에 관한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 경제 회복 속도와 맞물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자본 유출에 대응할 시나리오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9년 만에 금리를 올리자, 3개월 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 6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미국이 내년에 0.25%씩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 기준 금리는 1.25~1.5%가 되면서 자본 유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대외변수에 대응할 컨트롤타워인 유일호 부총리의 정책 연속성이 최장 6개월 뿐이라는 데 있다.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큰 상황에서 구조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는 시간도 여력도 없어 보이는게 문제다. 

    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현 탄핵정국이 1월에 끝날 지 혹은 내년 중반기를 넘길 지 아무도 알 수 없는데 현 당국자들에게 정책적 결단을 맡기는 일은 무리일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