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접수사건 92% '사용자성' 인정 … "하청노조 교섭 굴레"기업, 중처법 의식해 안전 강화 … '사용자성' 인정 부메랑 작용유사사건에 엇갈린 판정 … '고무줄 잣대'에 노사갈등 확대 전망
  • ▲ 사면초가 빠진 기업 이미지 ⓒ챗지피티
    ▲ 사면초가 빠진 기업 이미지 ⓒ챗지피티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여 만에 산업 현장이 법적 불확실성과 노사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 조치를 방치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위험에 노출되고, 반대의 경우 노란봉투법상의 '사용자성'이 인정돼 교섭의 굴레에 빠지는 모순된 현실이 도래했다.

    15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까지 사용자성을 판정한 27건 가운데 92%에 달하는 25건에서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위에 접수된 사건에서 거의 대부분의 원청이 하청 기업 노조와 직접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수의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안전 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오히려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위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원청의 당연한 관리·감독 행위를 '실질적 지배력'으로 해석하며 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지노위는 지난 8일 "산업 안전 교섭 의제에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로 인정된다"며 포스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지난해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 포스코가 중처법을 의식해 안전 관리를 강화한 점이 역설적으로 노란봉투법 적용의 빌미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원청 노조 1곳은 물론, 각각의 하청노조 3곳과도 매년 별도의 단체교섭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영계 관계자는 "중처법을 지키면 법을 지키면 교섭 의무가 생기고, 반대의 경우 처벌받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어느 쪽도 기업으로선 부담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의 우려는 단순히 교섭 횟수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청 노조가 산업안전을 지렛대 삼아 교섭장에 원청을 불러낸 뒤, 실제 협상에서는 임금 인상이나 직접 고용 등 원청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의제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법이 '의제별 부분 교섭'을 허용하면서 하청 노조가 특정 사안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 뒤 이를 포괄적인 쟁의 행위로 확대할 경우 원청으로서는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사용자 개념은 대폭 확대됐지만 파업 시 대체근로 투입 금지 규정은 그대로 남아 있어 공정이 멈춰도 손을 쓸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노동위 판정이 쌓일수록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도 빗나가고 있다. 경기지노위는 지난 13일 화성시를 상대로 한 사용자성 신청을 기각하며 공공부문 내에서도 엇갈린 잣대를 보여줬다.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빠져나가고 공공기관만 총대를 매게 한다"는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지난 13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사용자성에 대해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해 정부 스스로도 법 적용의 부담과 모순을 인정한 모양새다.

    경제계는 이러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연간 약 1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조 리스크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 기업의 설비 투자가 유보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계 한편에서는 포스코나 한화오션처럼 선제적으로 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하거나 처우 개선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되지만 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이처럼 노사 간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향후 대규모 법적 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지노위 단계에서 노사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무줄 판정이 속출하면서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노동위 판단에 불복하고 법원의 최종 판단에 맡기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사법 리스크가 산업 전반을 짓누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