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연속 감소…5년 만에 세계 7위→8위 '장기간 불황-탄핵정국-미 금리인상' 위기 가능성 상존

  • ▲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우리나라 외화 곳간인 외환보유액은 벌써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우리나라 외화 곳간인 외환보유액은 벌써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한국은 외환보유고 세계 8위로 최고 수준의 대외건전성을 갖추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외국인투자기업 및 주한 상공회의소 대표들 앞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자본유출이 현실화되면서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임을 밝힌 것이다. 

22일 기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1월 외환보유액은 372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2012억 달러 보다 185%나 많다. 

하지만 향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의 보유액이 결코 넉넉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 두달 연속 감소…5년 만에 7위 내줘 

우리나라 외화 곳간인 외환보유액은 벌써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유액은 늘어야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달러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규모는 계속해서 줄 수 밖에 없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9월말 3777억7000만달러로 역대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으나 이후 10월말에는 3751억7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을 환율에서 찾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를 제외하고는 유로화, 엔화, 호주 달러화 등 각국 통화가 절하돼 미 달러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규모가 모두 줄어드는 양상이다. 

또 트럼프 당선 이후 국제 채권가락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인 금리 상승 예고에 따라 향후 외환보유액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특히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일부가 대외채권이기 때문에 채권가 하락은 외환보유액의 평가손실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이미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 10월말 8위로 추락했다. 2011년 7위에 오른 뒤 5년 만에 내려 앉았다. 

현재 외환 보유 순위는 중국(3조2163억달러), 일본(1조2428억달러), 스위스(686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5438억달러), 대만(4353억달러), 러시아(3907억달러), 홍콩(3831억달러) 순이다. 

  • ▲ 차기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 뉴시스
    ▲ 차기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 뉴시스


  • ◇ "외환보유액 충분치 않다"…사전 예방 필수  

    현재 정부는 외환보유 규모와 대외 지급능력 등을 양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때는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질 경우, 다시 한 번 외환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특히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가 0.25%p 오를 때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석달 뒤 3조원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액은 460조 규모에 달해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 유출은 실물 경제가 얼어붙고, 결국은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 자체 규모는 외환위기를 예방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면서 "금융당국이 매일 외국인 투자금 유출입을 모니터링하는 등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경제가 장기간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가 국내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으니 위기의 가능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