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환경개선이면 충분"·중구청 "市 방침 따르겠다"… '대답없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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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아파트에서 보이는 인근 유류저장소 ⓒ 뉴데일리
15년간 석탄·모래부두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인천 중구 항동 라이프비치맨션(라이프아파트) 주민들이 시 차원의 대책을 재촉구했다.
준공 36년이 지난 라이프아파트 인근에는 에스케이(SK), 에스오일(S-oil)사의 유류저장 탱크 53기와 파이프라인이 매설돼 있다. 그 옆으로는 석탄 부두와 컨테이너 부두 2선석이 있으며 하루 8천대에서 1만대 정도의 수출입 화물차량이 아파트 인근에서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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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아파트 인근 지역 위성사진 (붉은 원 라이프 아파트, 파란 사각형 SK·S-oil 유류 저장소) ⓒ 다음지도 캡쳐
23일 기준 중구 항동 라이프아파트 1·2·3단지 2008세대에는 49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화물량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 야간작업에 따른 소음, 인근 석탄 부두에서 비롯된 분진문제 등에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는 인근 대형 유류저장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사고, 대형화재 등을 고려했을 때도 이주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민의 주장이다. 라이프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개발에 착수한 영종 미단시티로의 이주를 시에 요청하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인천시에 라이프아파트 이주를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인천시는 환경개선사업으로 이주대책을 대신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시에서 추진해온 분진, 악취, 소음 저감 대책 사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최근 라이프아파트와 인접해 있는 연안·항운 아파트의 송도 이주가 확정되자 형평성 논란도 함께 일었다. 인천시는 2006년 연안·항운·라이프 아파트의 이주를 함께 검토했지만 라이프 아파트는 멸실 조건 미달로 이주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시의회의 관련 조례 개정으로 라이프 아파트도 멸실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주민들은 이주를 위한 청원 활동을 계속해 진행 중이다. 이주대책위원회는 연안·항운 아파트의 이주 확정 후 전체 주민 중 83%가 이주를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주 촉구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9월 시의회는 청원서를 의결해 이를 시에 전달했다.
청원서를 바탕으로 시는 라이프아파트 이주 타당성 검토 용역을 위한 2억원의 예산을 내년 상반기 중 심의할 예정이지만 집행은 불투명하다. 시는 2020년 중 실시될 항만 3차 계획에 따라 인근 컨테이너 부두, 석탄 부두, 저유소 등이 모두 이전돼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의 주장과 달리 SK, S-oil 측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대체지 확보가 어려워 이전이나 사용을 정지할 계획이 없다"면서 "소음, 분진에 대한 환경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라이프아파트 이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이사를 하려고 해도 주변 환경 악화로 내려간 집값 때문에 새집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에서 마련한 환경개선 대책은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며 유정복 시장이 선거운동 시 이주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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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대책 마련 집회 중인 주민 ⓒ 뉴데일리
노경수 인천시의원(중구1)은 "인천 어느 곳에도 라이프 아파트처럼 위험한 주거지역은 없다"면서 "시는 대규모 이주 시 처리해야 할 여러 사안 때문에 열악한 환경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측에서 주장하는 멸실조건은 거주지 이주 기준이 아닌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그 부분은 개발 사업자와 직접 합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연안·항운 아파트의 경우 인천발전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꾸준히 이주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던 곳이며 라이프 아파트는 당시 환경개선으로 충분하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프 아파트의 대규모 이주가 진행될 경우 인근 모든 주택의 이주를 검토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추후 인근 시설의 이전으로 정주 여건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관청인 중구청 관계자는 "본 사안과 관련해 구청에서 관여하는 것이 전혀 없으며 모든 것은 시에서 추진 중이다. 일부 주민이 주장하는 미단시티로의 이주 등의 요구가 과해 실제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구청은 시에서 내놓는 대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