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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통사들을 상대로 불공정계약을 맺는 등 이른바 '갑질' 행세를 해온 애플에 대해 정부가 과징금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통사들의 입가엔 미소가 완연하다.
그동안 애플이 이통사에 광고비 부담을 요구하거나 아이폰 공시지원금 분담을 거부하는 등 여러 추태를 부렸으나, 정부가 직접 나서 애플의 '갑질' 관행을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애플과 맺은 계약서상 '비밀유지' 항목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아무소리를 할 수 없었다.
업계는 이번 기회에 국내서 자행되고 있는 애플의 '갑질경영' 행태를 뿌리채 뽑아야 한단 지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내년 초 이통사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맺어온 애플코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이통사에 애플 불공정 행위 자료 제출을 공식 요청했으며, 이통사가 부담한 아이폰 TV 광고비가 3년간 약 1000억원(3사 합산)에 이른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정위가 이통사로부터 확보한 애플 불공정행위 자료에는 ▲아이폰 공시지원금 분담 거부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 전가 ▲아이폰 포스터 개수·부착 위치 사전 지정 ▲재고 보상 거부 ▲아이폰 최소 발주 물량 설정 등이 들어 있다.
업계는 애플 아이폰에 충성도 높은 국내 고객층이 다수 존재해 이를 확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통사가 어쩔 수 없이 저자세로 애플과 불공정계약을 맺어왔단 분석이다.
아울러 계약서상 '비밀유지' 항목이 존재해 2009년 KT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애플의 '갑질 경영'이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통사는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상당히 늦은 판단이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애플과 '울며 겨자먹기'식 불공정계약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통사와 애플은 판매계약을 3년마다 갱신하는데, 내년 5월 '이통사-애플'간 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져, 공정위의 애플에 대한 시정조치가 반영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 보상 거부 등 불공정계약으로 인해 다른 제조사 폰보다 유독 아이폰에 대한 고객불만이 가장 큰 민원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 같은 불만은 고객접점에 위치한 이통사가 모두 떠안고 있어 현장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LG는 본인들이 직접 TV광고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애플은 잠깐의 이통사 로고 노출 후 이통사들에게 아이폰 TV 광고료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며 "애플이 이렇게 이통사들에게 부담을 떠 넘기게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신 업계는 이번 과징금 처분을 발판삼아 그간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던 애플의 '갑질 경영' 행태를 부리뽑아야 한단 지적이다.
애플은 이번 불공정계약 건 외에도 최근 아이폰6 시리즈 겨울철 '전원 꺼짐' 논란과 관련해 배터리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폰6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 않고 있어, 이통사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 측은 아이폰6 시리즈 배터리 교체를 실시한다고 홈페이지에 한글 공지를 올렸만, 아직까지 배터리 재고가 없어 A/S를 해주지 못하는 등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며 "'갑질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고서야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는 과징금 단위대를 최대 수천억대로 책정해 그간 피해를 입었던 이통사들의 공분을 조금이라도 덜게 해야할 것"이라며 "더불어 이를 기회삼아 정부가 애플의 불공정 행위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들이 더이상 '갑질'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