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량 증가→전셋값 하락→매매가 하락 사이클 접어들 수도금리인상·대출규제 변수 산적… "정부 추가대책? 가능성 낮다"
  • ▲ 서울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 서울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일단은 어렵게 간다고 봐야죠.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규제가 지속돼 집을 사기 위한 자금마련이 쉽지 않은 구조가 됐습니다. 심리적인 게 많이 반영되는 부동산시장인 만큼 입주물량 증가와 미입주 발생 등은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

    서울 부동산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분양 물량 적체는 여전한 가운데 입주물량이 전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까닭이다. 입주물량 증가에 따라 부동산시장 침체의 악순환 사이클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1만2242가구로, 올해 1분기 입주물량(5122가구)의 약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시장이 한창 달아오르던 2014년 말~2015년 초 공급된 아파트들이 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나 서울 분양시장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11월 말 기준 268가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241가구에 비해 10%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15가구(42.9%)에 달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던 주택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한 차례 꺾였지만, 진짜 큰 영향을 준 것은 반값 아파트, 보금자리주택이었다"며 "입주량이 늘어나면서 미입주 물량이 발생하게 될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주다보면,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게 되고 그 여파로 2008년 분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입주폭탄' 영향을 받는 단지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59㎡ 매매가는 지난 10월보다 2000만원가량 떨어진 6억9000만~7억2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세는 이 보다 낙폭이 크다. 두 달 새 4000만원 떨어진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센트라스 1·2차(2529가구)',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1976가구)' 탓이 컸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 한 집주인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기존 전셋값을 끌어내렸고, 그 영향으로 집값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대출규제 등으로 잔금마련이 어려워진 입주예정자들이 전세를 내놓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악순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물량 증가→역전세난→전셋값 하락→급매물 증가→매매가 하락 순으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잔금대출도 1월부터 시행되고, 집단대출도 일부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집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전셋값 하락에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는 2008년 분위기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집의 담보 가치나 소득보다 빌리는 돈이 많거나 소득 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 원칙적으로 대출 후 1년 이내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시장의 악재로 꼽히는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변수가 추가되면 주택시장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금리가 얼마나 빨리 상승할 지가 관심사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면 주택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 국내 기준금리가 곧바로 오르지 않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미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 주택을 비롯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내년 대선도 집값 향방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선거철이 되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공약들이 거론되지만, 내년 대선에는 경기 부양보다는 저성장 탈출, 가계부채 해결, 양극화 해소 등에 쏠릴 것으로 보여 시장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 규제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분위기에 더 이상 규제책이 필요없다는 의견이다.

    장재현 팀장은 "앞서 발표된 규제책들이 '약발'이 먹히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대책발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지금 또 다른 규제책을 꺼내들게 될 경우 역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건설·부동산시장이 지금 우리 경제를 그나마 먹여 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마저 누르게 되면 답이 없다"고 판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가 몰린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가 딱히 꺼내들만한 카드가 없다"며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의 보증요율을 싸게 책정하고 이 제도를 알리는 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