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현경장·만유심조 등 사자성어로 화두 제시경영전략 전 계열사 협업으로 시너지 극대화
  •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한동우 신한금융회장, 윤종규 KB금융회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 각사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한동우 신한금융회장, 윤종규 KB금융회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 각사

금융권 수장들은 어김없이 사자성어로 올해의 화두를 던졌다. 올해를 유례없는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답으로 전 계열사 시너지 강화를 제시했다. 

◆해현경장·연비어약·만유심조…사자성어에 담은 '위기 극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여리박빙(如履薄氷)으로 우리 경제 현주소를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국 불안과 기업구조조정,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금리인상 등으로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에 물리학과 생물학 기술이 융복합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위기 의식도 제시했다.

김정태 회장은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해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더 이상 금융기관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타 업종과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를 주문했다.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매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브렉시트로 EU 경기 후퇴 등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도 저성장, 수출둔화가 지속되면서 자영업 대출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연비어약(鳶飛魚躍)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어려움을 극복해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듯 도약하는 한 해로 거듭나자는 의지를 나타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경제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만유심조(萬有心造)를 실천하자고 언급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으로 경영시스템과 금융서비스, 조직문화 등 모든 부문을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들어 리딩금융그룹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어려운 사자성어 대신 '선(先)'이라는 한 글자에 올해 화두를 담았다. 

한동우 회장은 올해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강대국들의 정책방향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인식했다.

신한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본질을 먼저 보고, 한발 앞서 방향을 결정하며,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선(先)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의 금융그룹…전 계열사 협업으로 시너지 극대화 방점

금융사 회장들은 계열사 재정비를 끝내고 올해부터 계열사 협업 체계를 구축해 그룹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KB금융그룹이다. 취임 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보험과 증권 등 취약 부문을 메우는데 성공한 만큼 지주-은행-증권 등 겸직 체제를 가동해 공격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윤종규 회장은 "데이터 분석, 디지털 금융,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계열사 역량을 모을 때 시너지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KB라는 이름 아래 뚝심있게 밀어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KB금융그룹이 '한 팀'임을 거듭 당부하며 전 계열사가 일심동체가 돼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다른 은행보다 발빠르게 계열사 협업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한 발 더 앞서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동우 회장은 "그동안 자산관리나 ICT, 여신감리 등 여러 영역에서 계열사 역량을 공유해 그룹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왔다"며 "앞으로 그룹 차원의 고객 정보 분석을 통해 고도화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자원의 공유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하드웨어 뿐 아니라 인적 역량이나 기업 문화에서도 ‘하나의 신한’으로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합쳐질 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은행 통합 성공에 이어 지난해 성공적으로 전산 통합을 마무리하고, 비은행 계열사 재정비를 단행한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그룹 차원의 '원 컴퍼니(One Company)'로서 채널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김정태 회장은 "800만 회원을 향해 가는 하나멤버스는 플랫폼 경쟁을 뛰어넘어 해외 주요 국가들과 제휴해 글로벌 멤버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며 "상품개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손님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리은행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고 위비 플랫폼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은행 뿐 아니라 캐피탈,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증권을 포함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한다"며 "위비-원아이디(One-Id)서비스 등 위비플랫폼을 활용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농협금융지주도 시너지 창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상호금융, 경제, 유통 등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와 전국적인 네트워크, 광범위한 고객군을 보유한 것이 농협금융의 강점"이라며 "올해 각 계열사는 그동안 쌓아온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숙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회장은 "시너지의 핵심 성공요소는 '하나된 마음'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은행이 어려울 때 전 계열사가 하나로 뭉쳐서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했던 것처럼 그룹 전략방향 아래서 계열사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