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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 서울 정릉캠퍼스 부지가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보건과학대가 안암캠퍼스로 옮긴 후 사실상 방치된 상태인 정릉캠퍼스는 최근 법인 이사회가 처분 계획을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고대 학교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은 지난해 말 열린 이사회에서 정릉캠퍼스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이사회 자료에는 '정릉캠퍼스 내 보건과학대학이 사용하던 토지와 건물이, 안암동으로 이전 후 사용되지 않고 비어있다'는 내용과 함께 학교 부지와 건물에 대한 토지 측량, 감정 평가 등을 거쳐 처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보고됐다.
정릉캠퍼스에는 건물 5개동이 자리하고 있지만 'KU 매직(Magic)'으로 이용 중이 한 개동만 활용되고 있다. KU 매직은 고대가 의료·연구개발·국책과제 수행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캠퍼스 모습은 황량하기 이를데 없다.
유일하게 이용중인 KU 매직은 1층 인터폰을 통해 연락을 취해야만 출입할 수 있었고, 나머지 건물은 모두 문이 잠긴 상태에서 일부는 셔터까지 내려져 있었다. 캠퍼스 바로 옆 고대사범대학부속 중·고교가 있지만 겨울방학 기간이라 인적은 거의 없었다.
고려대 보과대는 옛 고대 병설 보건대학으로 별도의 2·3년제 전문대학으로 출범한 뒤 2006년 고대와 통합되면서 보건과학 분야를 다루는 단과대학으로 바뀌었다.
KU 매직이 들어서기에 앞서 지난해 고대의료원이 정릉캠퍼스에 첨단의료과학센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알려져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아직 흐지부지 상태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KU 매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릉캠퍼스는 'KU 매직 ONE(원)', 안암캠퍼스는 KU 매직 Zero(제로)가 됐다. KU 매직 프로젝트로 올해 안암병원에 최첨단융복합의료센터가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정릉캠과 관련해 의료원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처분 계획이 보고되기 전 정릉캠퍼스를 인근 국민대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지난해 4월 국민대는 경기 김포시와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김포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대 측이 명확한 설립 계획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결국 물거품 됐다. 이후 국민대가 고대 정릉캠퍼스 부지를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려대 부지 매매와 관련해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대 관계자는 "아직 고려대 부지를 인수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릉캠퍼스 처분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로 실제 매각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대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뿐이다. 아직 확실한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