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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이 '현대차투자증권'으로 사명변경을 검토 중이다.
증권가에서 '현대'라는 브랜드가 사라진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이자 정몽구 회장의 측근 이용배 사장의 취임 직후에 '현대'를 사명으로 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은 이달 말까지 현대차그룹이 출원한 '현대차투자증권'에 대해 공고 기간을 거친 후 내달 등록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인수를 결정한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특허청에 '현대차투자증권' 상표등록 출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대차의 영문명인 HMC(Hyundai Motor Company)로 사명을 바꾼 이후에도 그룹의 적통성 보존을 모색해오던 그룹과 HMC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이번 '현대차투자증권' 상표 등록이 호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할 당시 부터 '현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길 원해 '현대IB증권'으로 사명을 결정했지만 당시 현대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던 현대그룹과 마찰을 빚고 이를 포기했고, 10년을 기다려 왔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증권이 KB증권으로 통합출범하면서 증권가에서 '현대'라는 브랜드가 사라진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선점작업에 착수해 성과를 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이자 정몽구 회장의 측근 이용배 사장의 취임 이후 조직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현대라는 이름의 사명사용이 가능해져, 브랜드 탈환이 적기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브랜드 탈환과 적통성을 가진 사명변경은 이용배 사장과 현대차그룹은 HMC투자증권에 현대차그룹 색깔입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 5월 27일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불렸던 이용배 사장이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에 부사장으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그룹 내부와 증권업계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배 사장은 6개월만에 승진하며 현대기아차그룹의 사장단 합류에 성공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룹 재경라인 출신인 이 사장에게 그룹이 HMC투자증권의 체질개선과 수익성 강화의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4주차를 맞은 이 사장은 현재 각 본부(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회사를 전반적으로 체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업무파악이 끝난 이후에는 후속조치로 회사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현대'브랜드 탈환과 사명변경 검토는 이 사장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의 취임 이후 조직개편과 체질개선 작업이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 추진사업이 쉽게 진행될 수 있다"며 "사명변경 추진이 전임 사장(현 김흥제 고문)당시 추진됐던 사업이지만 시기적으로 이 사장 취임과 동시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사명변경을 진행하기에는 예산과 절차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내부적으로도 우선 상표 등록을 마친 다음 본격적인 사명변경 시기와 방법은 시간을 두고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비용면에서 사명변경의 시기와 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사명변경을 추진하면 진행해야 겠지만 회사 규모와 자금상황 대비 사명변경 투자에 얼마나 이익이 될지는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로서는 특허청 상표등록 출원서 제출은 '현대'브랜드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해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MC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504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42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중소형증권사 중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전국 지점은 영업점 5개를 포함해 총 20개다.
사명변경 이후 본사를 비롯해 지점의 간판 및 서류교체에 따른 비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