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금융위 출신 이병래 사장 나란히 새해 중점 계획으로 꼽아"위에서 끌어주고 아래서 밀고"…정작 당사자 거래소는 '사실상 포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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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두고 '위, 아래'기관에서 동시 지원사격이 진행 중이다.

    거래소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후선업무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의 각 수장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한국거래소 구조 개편을 올해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19대 국회에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하는 등 그동안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당시 임 위원장은 "국회에 개편 필요성을 지속해서 설명하는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급기관이자 금융당국의 수장이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동안 거래소가 지분 70.43%를 들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일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취임 약 20일 만에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거래소의 지주사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은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이에 맞춰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예탁원의 소유구조도 개편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예탁결제원의 소유구조 개편 추진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탁결제원은 이미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전제로 거래소 지분 정리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거래소의 예탁결제원 지분축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예탁결제원은 보다 자유롭게 사업 확장을 추진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은 최근 들어 거래소의 후선업무회사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능동적으로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처럼 금융위와 예탁결제원의 거래소 지주사 전환 추진 언급은 거래소의 상급기관인 당국(금융위)과 하위기관인 예탁결제원이 합동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출신(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이병래 사장이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 입장에서는 임 위원장에 힘을 보태면서도 예탁결제원의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거래소의 의지가 꺾였다는 점이다.


    올해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거래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찬우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지주회사 전환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며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상장 등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이슈가 빠른 속도로 축소됐고, 사실상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도 거래소의 부산 본사 명기 논란 등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장기간 표류된 바 있는데 20대 국회 들어서도 같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고, 정치적 이슈로 관련 논의 자체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 구조개편 담당 조직을 확대 개편해 지주회사 조직설계와 분할회계 및 기업공개(IPO) 추진 등 구조개편 관련 실무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찬우 이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업계는 거래소 스스로가 지주사 전환 추진에 당분간 속도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 이사장이 지주사 전환에 적극 반대하는 노조와 거리좁히기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도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은 최근 거래소 조직개편을 통해 그동안 인원이 과하다는 상무급 임원들을 대거 정리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며 "거래소 조직개편은 노조측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점 추진 사업에서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빠진 것 역시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지주사 전환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을 자체적으로 내린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