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7조 여신 공급…신성장지원 44%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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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저성장이었다."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연임에 마음을 비운 듯 했지만 '불황'이 만들어낸 지표에는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수은의 올해 사업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 행장의 퇴임 전 마지막 공식행사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는 3월 5일 3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수출입은행장, 꽃보직 아닌 '뭇매직'이 행장은 "임기는 한 달 남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굉장히 어려웠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10년 내 최저인 280억 달러에 그쳤다. 주어진 여건 하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행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서금회의 맏형격으로 화려하게 수출입은행장에 올랐다.정책금융기관으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해운·조선업에 지원을 결정했지만 불황이 깊어지면서 수은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되돌아왔다.그는 "금융에서는 큰 위험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을 제일 경계한다"면서 "수은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규모가 크고 투자회수율이 낮은 큰 프로젝트를 계속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조선·해운업 경영악화가 극심해지면서 수은의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문제도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이 행장은 "조선·해운은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6년이 최하위 수준이었고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출입銀, 조선·해운 포기 안돼"그는 조선·해운업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표현했다.이 행장은 "조선·해운은 하나의 도로이자 인프라"라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소위 99%를 해운에서 운송해서 글로벌마켓에 내보내는데 우리가 포기하고 남들이 마음대로 운영하게 내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또 "조선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1위이다. 버틸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했다.그는 "지난 20년 간 수출입은행의 포트폴리오에서 조선산업이 80%의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조선업이 맨땅에서 벌크선을 짓고 배 만들 때 핵심적인 역할을 수은이 했다"고 강조했다.이 행장은 차기 행장에 대해 "최소한 저보다 나은 전문가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융은 기업으로치면 정부가 대주주"라면서 "내부, 외부 출신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아울러 수출입은행은 올해 해외건설·플랜트에 16조3천억원, 선박 11조5천억 등 27조8천억원을 지원한다. 수은의 올해 여신 공급량은 총 67조원으로 신성장지원은 지난해보다 44% 늘린 5조5천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