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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망 중립성' 정책에 반대기조를 보인 인물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새 위원장 자리에 앉히며 폐지 움직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망 중립성이 폐지될 경우 국내 이통사들도 콘텐츠 사업자에게 별도의 대가를 받고 특정 콘텐츠의 전송속도를 빠르게 해 수익 증대가 가능한 반면, 콘텐츠 사업자들은 설마했던 망 중립성 폐지 가속화 움직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통신정책을 총괄하는 FCC 위원장에 '망 중립성' 반대론자 '아지트 파이(44)'를 임명했다.
미국의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난 파이는 변호사 출신으로, 통신사 버라이즌을 위해 일한 적도 있다. 파이는 지난 2012년 공화당 추천으로 FCC 위원에 임명됐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망 중립성 정책을 내세워 구글, 페이스북 등 현지 ICT 업체들을 육성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적 시장경제체제를 옹호하며 망을 이용해 데이터 이용료를 내지 않은 콘텐츠 사업자들을 눈에 가시처럼 여겨왔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그동안 망 중립성을 지지해온 콘텐츠 사업자들은 본인들의 서비스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통사들에게 지불할 '실탄'을 준비하고 있단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망 중립성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지만, 아지트 파이가 FCC 위원장이 되자 '망 중립성' 폐지 움직임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한국의 망 중립성 정책도 미국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동안 한국 방송통신위원회는 FCC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내 방송통신 정책들을 세우는데 있어 미국 망 중립성 정책을 참고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이통사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미국의 영향으로 국내서도 망 중립성 폐지에 따른 인터넷속도 차별이 허용되면, 앉아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ICT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영상 콘텐츠의 소비량이 증가, 통신사들의 망투자 비용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망 중립성이 폐지된다면, 망투자 비용부담이 조금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 제작자들은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다가왔다며, 국내에 본 정책이 적용될 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업체들 역시 무한경쟁에 따른 부수비용 증가로 그간 망 중립성을 지지해 왔다"며 "미국 정책에 따라갈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에 적합한, 산업 전체가 살 수 있는 정책 설립에 정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