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부실 '빅배스' 단행… 작년 영업손실 5030억원주요보직 인사 등 매각 사전작업中… '주가부양' 과제
  • ▲ 대우건설 신문로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대우건설 신문로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대우건설이 잠재적 부실로 지목되는 미청구 공사대금 등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내리자 이를 계기로 '잠재 부실을 털고 가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빅배스로 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매각 사전작업인 주가부양에 매진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9일 대우건설은 2016년 연간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별도기준 매출 10조9857억원, 영업손실 50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와 해외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 전년에 비해 11.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번 영업손실은 지난해 발표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라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준으로 추정한 준공예정원가율을 반영한 결과라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플랜트 현장과 알제리 RDPP 플랜트 현장 손실 반영이 컸다. 사우디 자잔의 경우 발주처의 사업부지 인도 지연과 설계변경 요청에 따른 공기 연장 및 비용 증가가 있었으며, 전체 공사기간 준공예정원가를 외부기관에 검토 받아 4500억원 규모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했다. 

    또한 알제리 RDPP도 부지 인도 지연 등으로 인한 1100억원 규모 잠재손실을 반영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실적 집계는 신뢰할 수 있고 측정 가능한 금액에 대해서만 도급증액에 반영한다는 기준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이거나 서류상 확정되지 않은 클레임, 체인지오더(발주처의 변경계약) 금액 등은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두 현장의 클레임 환입이 이뤄지면 대규모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잔 현장에서 공동사와 함께 진행 중인 클레임 규모는 6000억원이며, RDPP 현장은 1500억원 수준이다.

    이번 빅배스는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 판단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안진은 당시 '대우건설이 제시한 미청구공사 대금, 공사 수익, 확정계약자산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적합한 자료를 제시받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조사 등 회계감사 의견거절 문제가 확산되자 지난해 11월 안진 측에 대우건설 해외사업장 전체를 직접 실사하도록 허용했다.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드러난 대우건설의 잠재 부실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거 반영한 것이다.

    회계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대우건설의 매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각이 진행되면 대우건설은 인수의향자 측 회계법인으로부터 수차례 회계실사를 받게 되며, 이 경우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사를 받게 된다. 조금이라도 숨겨진 부실이 있을 경우 매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자칫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감사보고서마저 '의견 거절'을 받아들게 되면 상장폐지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상폐가 될 경우에는 매각 자체가 불가능해 질 가능성이 높다.

    산은은 KDB밸류 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펀드 만기는 오는 10월이다. 펀드 만기 연장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에서 새로운 펀드를 구성해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자금수요 등을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은도 펀드 만기 이전에 매각 완료를 목표로 상반기 중에는 매각공고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중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고, 매각 실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4월 이전에 매각공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에 탄력을 주기 위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는 등 사전작업을 펼치고 있는 점도 조기 매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각종 구설에도 불구하고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대우건설 수장으로 앉힌데 이어 지난 1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송문선 전 부행장으로 교체했다. 송문선 CFO는 1987년 입행 이후 산은에서만 투자금융부장, 부행장 등을 역임한 '산은맨'이다.

    대우건설을 담당하는 PE실장도 '산은맨' 이종철 실장으로 바뀌었다. 이 실장은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부임할 예정이다. 이 실장은 산은 펀드 투자사들을 관리하면서 구조조정도 단행한 바 있는 인물이다.

    또 송 CFO를 도울 인사로 산은 소속의 윤부혁 단장을 경영관리단장에 선임했다. 대우건설 경영관리단은 산은 직할 부서다.

    산은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입장에서 대우건설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하기 위해 파견 인력을 교체했다"며 "지난해 말 이후 어수선해진 대우건설 분위기를 수습하고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대우건설 재무와 리스크를 관리할 인사로 모두 '산은맨'을 앉힌 셈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대우건설 주가 부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주당 5000원대로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할 당시 주가(주당 1만8000원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자금은 지분 인수 2조2000억원, 유증 1조원 등 총 3조2000억원 규모다.

    현재 주가대로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손해액만 2조원에 달한다.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일 당시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더라도 주당 매각가격이 1만원은 넘어야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에 따른 회계투명성도 제고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특히 산은이 대우건설 CFO를 송문선 전 부행장으로 교체하고 PE실 인사도 새롭게 선임하는 등 요직 인사를 재배치한 만큼 매각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빅배스도 주가에 대한 산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거액의 손실을 반영하더라도 주가가 심각한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매각해도 대규모 투자손실을 보는 게 불가피한 만큼 향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부실을 털어내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미청구공사액 손실 처리 등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수용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건강한 매물로 만들 것"이라며 "대우건설 인수에 국내외 업체 몇 곳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