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27일 대우조선해양 관련 검찰 조사는 '극비리'로 진행됐다.
홍 전 회장이 하얗게 센 머리로 검찰에 출두하기까지 그의 귀국 소식조차 최측근 외에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회장이 8개월 간의 칩거 생활을 접고 이달 중순께 귀국, 검찰조사를 받은 데는 현 정부내서 조사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 조사를 영원히 피할 수 없는 만큼 '무죄'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뜻도 점쳐진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기습 출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적어도 지난해만큼 여론재판이 홍 전 회장에게 쏠리지 않을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3조원의 손실이 난 사실을 알고도 2조2000억원을 대출해줘 수조원의 손실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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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 회장 시절의 홍기택 전 회장 모습. ⓒ 산업은행
지난 2015년 5월 대우조선해양이 회사 내 회계비리 정황을 파악해 4조원대 회사 손실을 공개했지만 회계 조사를 하지 않고 같은 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2조2천억원을 지원, 산업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다.
대우조선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이날 홍 전 회장을 소환해 산업은행 회장 당시 대우조선의 회계부실을 알고도 수조원을 지원했는 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이 청와대의 경제현안회의체인 '서별관회의'서 결정됐는지 여부도 캐물었다.
그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재직시절인 지난해 6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은 서별관회의에서 들러리 였다"면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박근혜정부 초대 산업은행 회장을 역임했다. 이어 우리나라 몫의 AIIB 부총재직까지 맡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관련 책임론이 확산되자 돌연 AIIB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 유럽 등을 떠돌며 도피 생활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