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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밀물·불황·규제 중소 엘리베이터 업체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김양균 기자
“대기업에 치이고 중국산에 밀려 일감은 끊겨간다. 과도한 규제는 가뜩이나 힘든 중소 승강기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러한 삼중고로 중소업체는 사업을 접을 판인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중견 엘리베이터 업체 대표 A씨의 일갈이다. 현재 국내 중소 승강기 제조 및 부품 업체들은 실적 부진으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3년 새 생산액 변화는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지난 2012년 2조5670억 원이던 3년 새 1조9428억 원으로 쪼그라든 것. 전 세계 승강기 시장 5위라는 명성에 가린 ‘그림자’는 유독 짙다.
완제품 시장은 대기업에, 부품 시장은 중국이 치고 들어온다. 중국산 승강기와 부품 수입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동안 이를 도맡았던 국내 업체들의 일감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는 적자로 이어져 사업 자체를 접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다.
현재 완제품은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오티스코리아 등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면 티센과 오티스는 국내 생산을 줄이고 중국 등지에서 완성된 엘리베이터를 들여오고 있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부품 제작을 맡는 중소기업이 ‘비빌 언덕’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승강기 산업에 무관심하단 지적도 나온다. 장주성 한국엘리베이터협회 전무는 “중소 승강기 업체에 대한 진흥책이 전무한 현실”이라며 “규제만 강화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장 전무는 “국민안전처가 승강기 업계에 대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을 빌미로 제조사에 책임을 무는 식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여파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는 ‘안전’을 강조하는 각종 정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기업 규제로 귀결되고, 승강기 업계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는 ‘만만한’ 제조사를 ‘찍어 누르는’ 방향으로 규제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과거 승강기 안전 인증은 표준규격(ISO)을 획득하던 것에서 유럽규격까지 충족하란 명령이 더해져 업계의 고충이 컸다. 인증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내 승강기 기준 검토 TF팀은 이를 종합 검토하고 있다. 기존 규제를 그대로 승인 및 강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은 충분히 이뤄졌을까? 장 전무는 “수렴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으며, 기준을 세울 테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우월적 지위를 통해 업체들을 찍어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TF는 이르면 3월말 승강기 안전 기준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내수시장이 어렵자 중기마다 자구책 마련에 부산하다. 동남아시아부터 이집트까지 해외 진출을 위한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업체들은 코트라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해외 시장 진출 프로그램에 사활을 건다. 해외 바이어와의 한번 미팅에 소요되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업체들도 관찰된다. 일례로 대성IDS의 작년 수출 실적은 300만 달러에 육박했다.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 올해는 해외 시장에 더 치중한단 계획이다. 물론 이처럼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일부에 해당한다.
대기업처럼 현지 마케팅이나 파트너사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은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현지 대리인을 통해서 영업을 하거나 국제전시회에 참가, 현지 바이어와의 스킨십을 늘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지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비용 감당이 어려워 계약이 성사돼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난관이다. 지속적인 해외 시장 진출 경영 전략을 짜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내수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일은 엘리베이터협회 차원에서 이뤄진다.
국내 승강기 시장의 70% 비중인 중저속 승강기 분야의 경우, 대기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사가 내건 입찰 경쟁에서 대기업들이 저가경쟁을 구사하면, 중소 승강기 업체가 버텨낼 재간이 없다.
협회는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저속 엘리베이터 분야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거부될 경우, 국내 중소 승강기 업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