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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공중분해됨에 따라 계열사 삼성증권도 자율경영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윤용암 사장은 앞으로 '자율 경영'을 통한 수익성 향상이 우선 순위지만 사실상 그룹 금융계열사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함께 그룹의 위기를 해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용암 삼성증권은 타 그룹 계열사장과 마찬가지로 미래전략실과 미전실이 주관 삼성수요사장단회의 폐지에 따라 그룹의 컨트롤을 떠나 자율경영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의 사장단회의 폐지는 단순한 계열사 CEO들의 업무 교류 창구가 없어졌다는 것을 떠나 각 계열사 간 업무 조정 협의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계열사들은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와 함께 완벽한 자율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용암 사장 역시 자산관리 명가 재건이라는 그룹의 특명을 자율경영을 통해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수행해야 한다.
그룹 전체의 인사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윤 사장 역시 내년 1월까지 약속된 임기를 무난히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임에 대한 낙관과 비관 모두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올해 안으로 그룹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윤 사장 입장에서는 올해가 연임에 대한 최종 평가 시점이 된다.
이에 따라 윤 사장은 실적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윤 사장은 취임 첫 해를 보낸 지난 2015년 2750억원을 벌어들이며 2014년 2366억원에 비해 실적개선세를 이끌어 왔다.
반면 지난해 증권업계 전반의 실적악화와 맞물려 174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전년 대비 37% 역신장했다.
특히 그동안 그룹 계열 임원을 비롯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가 무기였지만 최근 예탁자산 1억원 이상 고액자산 예탁 자산 규모가 줄었다는 점이 악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 증권사 대비 IB부문에서 약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 초대형 IB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사장이 그룹차원의 자율경영을 통해 독자적으로 삼성증권을 올해 안에 정상궤도로 진입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관점에서 업계는 그룹 내 사실상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한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전실 산하 금융일류화지원팀 임직원 대부분은 삼성생명으로 이동키로 결정됐다.
그룹 내 금융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던 인력이 고스란히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것.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생명은 그룹의 금융일류화추진팀 핵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질적인 인사 등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생명 대표이사 및 이사회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삼성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977억5900만원(371만7070주)을 출자키로 결정한 삼성생명은 출자후 삼성증권 지분 29.92%를 보유하게 된다.
지난해 부터 삼성증권 등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온 삼성생명은 이번 결정으로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한 금융 계열사 지분 30% 보유 룰에 더욱 다가서며 중간금융지주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부문 재건에 따른 수익성 반등, 자기자본 확충에 따른 ROE 관리 등이 올해 내부 역점 추진사항"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증권은 표면적으로는 윤 사장의 자율경영을 표방하되 실질적, 핵심 경영사안에 대해서는 삼성생명이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삼성측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금융계열사의 경우 자립 프로젝트를 이행하되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