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임식 끝으로 은퇴, 따듯한 리더·스승으로 자리매김
  • ▲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신한금융그룹
    ▲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신한금융그룹

    정통 신한맨이었던 한동우 회장이 신한금융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무나 인사 단행시 워낙 엄격해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은퇴를 앞둔 이날 만큼은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한동우 회장은 23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공식 퇴임했다. 1982년 입행 후 신한생명 대표와 부회장을 거쳐 신한금융회장으로 취임한 지 35년만이다. 

지난 2011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갈등으로 발생한 신한사태로 그룹이 흔들렸을 당시 수장으로 취임해 '따뜻한 금융'이라는 슬로건 아래 신한금융 안정화에 매진해왔다.

이날 한 회장의 퇴임식에는 많은 직원들이 영상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과거 한동우 회장 비서였던 여직원은 그를 '총명하고 인자한 스승'으로 표현했고, 젊은 시절 영업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승부사 기질이 있는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영상 시청이 끝난 뒤 무대 단상에 오른 한 회장은 "그동안 주주총회를 능숙하게 진행해왔지만 오늘 주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다보니 마음이 격해져 눈물을 보였다"며 "직원들과 함께하는 이임식에서는 울지 않기 위해 점심 식사 때 와인을 많이 마셨다"며 웃음과 함께 운을 뗏다.

한 회장은 그동안 신한맨으로 지내면서 직원들에게 감동받아 눈물을 흘린 적이 두 번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신한생명 부사장을 끝으로 은퇴했다가 1년 6개월만에 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신한생명 업적평가대회에 참석했을 때다. 

한 회장은 "설계사들을 포함해 약 4000명의 직원이 참석한 업적평가대회에서 격려사를 하는데 모든 직원들이 끊임없이 박수를 보냈다. 자신들과 함께 했던 사장이 그룹 회장으로 돌아온 것을 크게 기뻐해준 직원들 덕분에 눈물이 나서 결국 격려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신한생명 직원들의 봉급이 낮아 이를 그룹 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직원들과 한마음이 돼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3년 만에 좋은 성과를 내게 됐다"며 "직원들의 애틋한 마음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른 한번은 신한은행 업적평가당시 남다른 애사심을 갖고 있던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승진했을 때다. 

배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계약직 직원이 추운 겨울에도 외투 대신 신한은행 유니폼만 입고 당당하게 '신한'을 알리는 모습에 크게 감동받아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짧은 이야기를 마친 한 회장은 신한을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직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인 한 회장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공식적인 임무를 끝내면서 결국 마지막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많은 직원들은 한동우 회장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며 끝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 회장 이임식에 참석한 직원들은 그를 "따듯하고 좋은 리더이자 스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