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조류·탁한 시계에도 탐사 가능
  • ▲ 해저보행 탐사로봇 크랩스터.ⓒ연합뉴스
    ▲ 해저보행 탐사로봇 크랩스터.ⓒ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강한 조류와 시야가 탁한 바닷속에서도 탐사가 가능한 해저보행로봇을 만들어놓고도 세월호 침몰 해저면 수색에 활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에 따르면 다음 달 초부터 세월호 침몰 지점에 설치했던 미수습자·유류품 유실방지 울타리에 대해 정밀 수색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실방지 울타리는 세월호 침몰 지점을 중심으로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로 둘러쳐졌다.

    해수부는 울타리 안쪽 3만2000㎡를 가로 40m 세로 20m의 총 40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위에서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색할 계획이다.

    잠수사 2명이 1m 간격으로 왕복하며 바닥을 훑는다. 수색작업은 잠수사가 머리에 장착한 카메라로 촬영한다.

    세월호가 해저면과 닿아 있던 선미 쪽 두 지점은 특별수색구역으로 정해 꼼꼼히 살핀다. 상하좌우 방향으로 수색을 벌여 다른 구역보다 2배쯤 수색 강도를 높인다.

    해수부는 수중음파탐지기(소나)를 동원해 2차 수색도 펼칠 계획이다. 소나는 반경 20m까지 수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저면 수색에 해수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개발해 상용화를 앞둔 다관절 해저보행로봇 '크랩스터'는 활용되지 않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세월호 침몰지역 수색에 크랩스터를 활용하자는 제안이나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크랩스터는 해수부와 연구소가 2010년부터 195억2000만원을 들여 개발한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이다. 6개의 다리와 초음파 카메라 등을 이용해 해저를 정밀탐사할 수 있다.

    다관절의 다리는 깊은 수심의 해저 지면에서 조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보행이 가능하다. 추진체계가 프로펠러방식이 아니어서 이동할 때 개흙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시야를 탁하게 하는 교란현상을 최소화하므로 탐사 효율이 높다.

    소나를 장착하고 있어 최대 150m 반경 이내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초음파 카메라로 전방 15m까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크랩스터는 해상에서 케이블로 전력만 공급해주면 이론적으로는 24시간 탐사활동을 벌일 수 있다. 또한 최대 3노트의 조류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일각에서는 전력을 유선으로 공급해줘야 하다 보니 해상에 작업지원선을 고정하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바닷속 크랩스터는 조류를 이겨낼 수 있어도 물 위에 떠 있는 작업지원선이 물살이 센 맹골수도에서 버티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연구소 관계자는 "작은 배라면 물살이 셀 때는 작업지원이 곤란할 수 있으나 큰 바지선은 조류가 세도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욱이 4월 초에는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가 돌아온다. 해수부가 다음 달 초 잠수수색을 시작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처로 해석된다.

    이처럼 크랩스터가 해저 수색·탐사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현장 투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장비 선택권을 가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소 관계자는 "세월호 인양작업은 상하이가 계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으므로 연구소에서 나서 크랩스터를 활용하자고 제안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정부가 상하이와 인양작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조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