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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기술개발 의지가 다시 한번 부각됐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3사가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요청 등이 이어졌지만, 실제 기업들의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R&D 투자를 늘린 것.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구개발비는 총 4조857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투자비를 늘리면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2조352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전년 대비 8.3% 증가한 금액이다. 기아차 역시 8.1% 늘어난 1조646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할애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10%에서 2016년 5.5%로 5년 연속 감소했다. 기아차도 7.5%에서 4.7%로 하락했다. 양사는 수익성 위기 속에서도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철학과 뚝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반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연구개발비를 매년 삭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6141억원을, 르노삼성은 3.8% 줄어든 1436억원, 쌍용차는 7.3% 101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호조세를 누렸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중형세단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R&D 투자에 안배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국내 미래차 개발은 현대·기아차에 맡겨진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경쟁을 펼치고 있지 않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연구개발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자생능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나머지 3사는 본사가 외국계라 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래차 개발에 소홀히할 경우 이들 3사는 중장기적으로 단순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지엠·르노삼성 등은 국내 완성차로서 본사와 역할분담 등을 통해 개발역량을 확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정부 역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완성차 회사들의 미래 투자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완성차 5개사 CEO를 수차례 만나 미래차 개발 투자를 늘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친환경차 개발 등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한 곳은 현대·기아차뿐이다.
한국지엠·르노삼성은 친환경차 보급에 힘쓸 것을 약속했지만, 언급된 차종은 수입 판매 모델이다. 쌍용차는 아직 친환경차 사업계획을 확정하지도 못했다.
한편 산업부는 올 초에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미래차 연구개발비를 늘려야 한다고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완성차 5개사는 올해 4조7000억원을 미래차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