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반값등록금 혈세 투입, 고등교육 80% 사립대… 재정 확보에 부실사학도 연명 가능성
  •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치러진 9일 개표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면서 대학 반값등록금 실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세수 확대 등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면서, 국민의 혈세로 사립대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등록금수입액 절반을 정부가 대신 납부하게 되면 부실대학도 수혜를 입어, 오히려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질적 실현' 공약을 내세우며 학생과 학부모의 고액 등록금 고통을 줄인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대학생 입장에서는 문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2017학년도 전국 187개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은 평균 668만8천원으로 전년도(666만3천원)보다 소폭 올랐다. 계열별로 보면 의학 953만5500원, 예체능 779만800원, 공학 711만4600원, 자연과학 678만8100원, 인문사회 595
    만9천원 등의 순이었다.

    최저 임금 기준 하루 8시간 아르바이트로 5만1760원을 받는다면 3~4개월을 일해야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사립대의 경우 올해 평균 등록금은 739만7천원, 국공립대(417만7천원)보다 절반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체 대학의 약 80%는 사립대로 많은 학생이 높은 등록금을 부담해야만 한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면 등록금 마련을 위한 가계 부담은 줄게 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당선인은 재원조달방안으로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로 연평균 1조2천억원을 조달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집권 3년차까지 매년 5천억원을 추가로 투입, '진짜 반값'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면 학생 부담은 줄지만, 국민의 혈세로 반값등록금이 완성되면서 사학도 수혜를 입게 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가 등록금 절반을 보전해준다면 그만큼 학생이 많을 수록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많은 현 고등교육 상황에서 혈세 지원으로 학생 한명한명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

    이와 관련해 사립대 운영 투명성 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면 오히려 세금 투입이 사학 재정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학들이 요구하는 재정지원 방식으로 절반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바르게 운영될 수가 없다. 대학 경영자 측에서 부담을 완
    화하는 것이다. 공약에 있어 반값등록금 계획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우려했다.

    반값등록금은 부실대학의 연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학년도 대입 진학 인구는 현재 대학 정원보다 16만명가량 줄어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을 통한 정원 감축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15년부터 진행된 대학구조개혁으로 대입 정원을 줄었지만 퇴출 대학 수는 미비한 수준이다. 반값등록금이 진행된다면 부실대학도 결국 세금이 투입되는 꼴이 된다.

    2016학년도 신입생 충원 현황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E등급으로 최하위 성적을 거둔 A전문대는 전체 모집인원 900여명 중 약 70%만 정원내 정원이었다. 정원 내 충원율은 90% 중반대였지만 정원 외 입학자는 10%도 채우지 못했
    다.

E등급에 올랐던 4년제 B대학은 충원율은 70%대에 머물렀고, C대학은 절반도 채우지 못한 36%대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면 미달 사태를 겪는 대학 입장에서는 결국 정부의 등록금 반액을 확보하기 때문에 '학생 모집'을 늘릴수록 재정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대학의 재정을 지원, 퇴출을 막아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작 사라지지 않는 대학들로 인해 규모가 있는, 소위 이름 있는 대학들은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위해서 정원을 줄이는 대학과 달리, 재정이 좋지 않은 일명 '좀비대학'이 사업 미참여로 정원을 그대
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학생을 뽑아 등록금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