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30만명 우선?…업무 성격·범위 혼선 나머지 600만명 근본적 해결책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파장이 공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비정규직 제로화 대상을 공공부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대기업 등도 비정규직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채비에 나섰다. 

19일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새 정부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경우 비용을 이유로 신규 채용에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씨티은행 비정규직 300명 정규직 전환키로

민간 기업 중엔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7일 최초로 비정규직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지 닷새만이다. 다만 씨티은행은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기준으로 3월말 기준 중앙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 및 부설기관 355곳의 비정규직은 14만4205명이다. 여기에 중앙·지방 별정·계약직 공무원까지 더하면 비정규직은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업무, 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또 간접고용의 경우 처우개선 여지가 없는 비정규직종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내 비정규직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향후 공공기관·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 산업현장 혼선…'ZERO'선언 뒤 정책발표 없어  

    비정규직 제로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먼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이는 향후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신규채용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범위가 넓고 계약직, 임시직, 파견직 등을 통칭하고 있어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제로화' 선언 이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으나 이에 보조를 맞출 정책적 '청사진'이 발표되지 않은 탓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서울대 비학생 조교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한국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잘 나가는 공기업 사장의 손목을 비틀어 극소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냐"면서 "나머지 600만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한 뒤 정규직화 방안의 세부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