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안 노조 '노조탄압 규탄' 첫 결의대회 갖고 본격 시위경영진 판단만으로 구조조정 무리 "장헌산업, 분명 사태인지"
  • ▲ 과천정부종합청사역 1번 출구에서 진행된 삼안노동자 결의대회. = 김백선 기자
    ▲ 과천정부종합청사역 1번 출구에서 진행된 삼안노동자 결의대회. = 김백선 기자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삼안의 단협해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장헌산업-한맥기술 등 삼안 최대주주들이 이 사태에 대해 '동조' 혹은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안 노동조합은 최근 사측의 '부실경영·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첫 결의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는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보인 자세에 노조 측이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실제 첫 대면부터 협상은 순조롭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 측이 제기한 노사관련 조항 200여개 가운데 60여개에 대해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사측은 따로 그들이 원하는 수정안을 노조 측에 제출했지만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러던 3월 사측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부서장들에게 부서별로 1~2명씩을 색출, 권고사직할 것을 강요했다. 이에 노조 측이 반발하자 사측은 권고사직 불응자 10명을 '프로젝트점검팀'으로 인사 조치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발령난 10명은 모두 노동조합 가입자였다.   

    삼안 노조 측은 "노조탄압에 의한 보복성 발령"이라고 주장했다.

    삼안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은 6개월간 단체교섭을 진행해 오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자 노력했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라고 토로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또 부서장급 임원을 동원해 노조원들의 노조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탈퇴를 회유하거나 압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질타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의 이러한 작태에 지친 노조 측은 임단협 양보안을 제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사측은 '단체협약해지(단협해지)'란 극단적 처방을 내렸다. 사실상 노조와의 교류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사측은 이를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단협해지를 발표한 이튿날 5월 급여를 체불하겠다고 노조원들을 압박했다. 체불 이유 또한 어처구니 없었다. 과거 워크아웃 시절 추징된 세금 126억원을 내야한다는 구실이었다.

    이러한 사측의 일방적 행동 뒤에는 최대주주의 입김이 반영됐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967년 설립된 삼안은 도로·댐·터널·교량 등 각종 토목관련 구조물 설계회사로, 1998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됐다가 그룹이 무너지면서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노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프라임그룹 오너일가의 배임·횡령에 맞섰고, NH농협 등 채권단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법정관리를 밟지 않고 워크아웃 4년 만에 새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노조 측은 "삼안을 인수한 새로운 경영진들은 회사가 어려운 회생시기에 임금동결과 상여금을 반납해 가며 버틴 노조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각에선 장헌산업과 한맥기술 등 최대주주를 둔 삼안이 경영진들의 독단적 판단만으로 구조조정과 같은 노조탄압 행동을 실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최소한 주주들은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홍순관 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최대주주의 동의 없이 움직이는 경영진은 없다"며 "노조에서도 주주 측에 현 상황에 대해 공문 등을 보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지는 분명히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맥기술 측에 세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삼안의 최대주주인 장헌산업은 충남 당진에 있는 토목건설 전문회사로 지난해 매출액 1573억원을 기록한 강소업체다. 2대 주주인 한맥기술은 삼안과 같은 엔지니어링 업체로 지난해 매출 367억원을 올렸다. 

    삼안에 대한 장헌산업과 한맥기술 지분은 각각 48.6%, 18.7%로, 이 두 회사 최대주주는 모두 한형관 씨다.

    앞서 장헌산업과 한맥기술은 2014년 한라산업개발을 공동인수하면서 M&A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