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매운동 확산에 전국 가맹점주만 피해가맹점주 매출 고려해야하는 공인으로서 초심 잃고 오히려 가해자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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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성추행 파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호식이 두마리치킨을 비롯해 bhc와 굽네치킨 등 전국 매장 수가 1000여개를 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이 대표의 그릇된 행동에 뭇매를 맞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은 최근 20대 신입 여비서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비서는 지난 3일 오후 6시께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일식당에서 최호식 회장이 자신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가하고 반강제로 호텔로 끌고 가려고 했다며 경찰에 최 회장을 고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 회장을 내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 회장 측 변호인에게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으며 조사 날짜는 현재 논의 중이다.
최 회장의 성추행 혐의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수천개의 기사로 도배되며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회장 개인의 잘못이지만 그가 대표로 있는 '호식이 두마리치킨' 브랜드로까지 여론이 확장돼 소비자들은 해당 치킨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호식이 두마리 치킨은 저렴한 가격과 서비스 철학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가맹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중저가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 했지만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최호식 회장 개인이나 호식이 두마리치킨 본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1000개가 넘는 가맹점주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본사보다 가맹점을 운영하는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입는 피해가 훨씬 더 크다"며 "특히 회장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친 호식이 두마리치킨은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대표는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전국에 있는 가맹 자영업자들의 매출까지 고려해야하는 공인이다. 그런데 창업 초기 초심을 잃고 오히려 점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가해자가 된 꼴이다.
전국 137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bhc와 9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굽네치킨도 성추행 파문으로 곤혹을 치렀다.
박현종 bhc치킨 대표이사는 지난 2014년 말 협력업체 여사장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고 승소했지만 bhc 브랜드에 '성추행' 딱지가 붙은 뒤 였다. 박 대표는 25년간 삼성전자에서 인사 마케팅 영업 등을 거친 삼성맨 출신이다.
굽네치킨은 40대 팀장이 20대 신입 여사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굽네치킨 측은 "해당 소문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업계에는 이미 소문이 퍼진 뒤였다.
이같은 사건 후에는 어김 없이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피해를 보는 것도 결국 가맹점주들이다.
프랜차이즈 대표의 경영 능력에는 단순히 매장을 늘리고 시세를 확장하고 장사 수완이 좋은 것만이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이같은 성추행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입증 됐다.
프랜차이즈는 한 개인의 사업체가 아니라, 전국 자영업자들의 생업을 책임지는 브랜드인 만큼 대표 개인의 언행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믿고 사업을 하는 전국 가맹점주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게 될 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할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만4453개에 달해 전체 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많은 가맹점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