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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향긋한 '차(茶)' 전쟁이 뜨겁다. 지난해 커피 업계를 강타한 콜드브루, 매해 여름철 대표 메뉴로 꼽히는 빙수에 이어 올해는 차음료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대형 커피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차음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별화된 차 브랜드를 선보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 녹차나 홍차 등 전통적인 차에서 벗어나 탄산이나 질소를 첨가하고 과일이나 허브 등 특색있는 맛을 접목한 다양한 차 음료가 포화된 커피 시장에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차 전문 브랜드인 '티바나'를 론칭하고 차음료 시장 다양화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티바나는 '자몽 허니 블랙티', '샷 그린티 라떼' 등 8종의 티바나 풀 리프 티를 기본으로 선보이며 이 밖에 생과일을 넣은 '상그리아'와 '캐모마일 애플티' 등 다양한 응용음료 약 25가지를 전국 1040여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 음료로 떠오른 '자몽 허니 블랙티'는 아시아 지역 공통 음료에서 한국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조정했으며 최근 인기 제품으로 떠오른 '상그리아'와 '캐모마일 애플티'는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음료이다. '티바나' 반응이 좋자 계속해서 새로운 응용음료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주력 제품은 커피지만 차 음료의 성장세는 커피를 넘어섰다. 차 음료가 스타벅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였지만 '티바나' 론칭 후 평균 10%대를 넘어서며 인기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
전국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말 자체 티 브랜드인 '이디야 블렌딩티'를 론칭하고 차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블렌딩티 메뉴는 올들어 5월 말까지 총 250만잔이 판매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블렌딩티 출시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차음료 판매 잔 수인 150만 잔에 비해 66% 이상 성장한 수치다.
'블렌딩 아이스티 3종'도 지난 5월 30일 출시 이후 현재까지 100만잔 이상이 판매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디야 블렌딩티는 다양한 허브와 과일을 건조해 조합한 차와 과일 청, 과일 퓨레를 첨가해 기존에 향으로만 즐기던 차에서 나아가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새로운 음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차 시장에서 이디야는 조금씩 변화되고 업그레이드되는 새로운 형태의 음료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음료 신메뉴 뿐만 아니라 직접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티 MD상품 출시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업계 최초로 질소를 주입한 '나이트로 티' 2종을 출시했다. 음료에 질소를 주입하는 전용 머신인 '나이트로 케그'를 도입해 정통 방식으로 나이트로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나이트로 티는 특유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깊은 여운으로 인기를 끌며 전년도 대비 티 제품 구성비가 약 21.3% 신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차 업체 '로열티타이완(RTT)'을 인수한 공차는 최근 밀크티 누적 판매 1억잔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는 자체 브랜드 대신 세계적인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투썸플레이스는 싱가폴 명차로 유명한 'TWG(티더블유지)'와 독점 계약을 맺고 전국 841개 매장에 선보인 것.
'TWG'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명품 차(茶) 브랜드다. 매년 전세계 다원(茶園, 차 재배지)에서 수확한 최상급 찻잎으로 제품을 만들어 마니아 층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5성급 호텔과 백화점 명품관 등 일부 한정된 공간에서만 맛 볼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TWG 차 5종과 꿀, 레몬, 라즈베리, 크림 등을 더한 티 베리에이션 3종을 판매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TWG는 2030 여성층에 프리미엄 티로 알려져 있어 입소문을 타고 반응이 좋다"며 "허니 레몬 아이스티가 가장 인기 있으며 향후 추가 메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무거웠던 차를 재해석한 젊은 감성의 차 음료가 속속 등장하면서 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차 음료는 커피보다 다양한 색감과 시각적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커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에 업로드 할 수 있는 트렌드에 맞고 다른 재료와 섞어 다양한 레시피를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피와 차별화되는 차의 깔끔한 맛과 청량감, 건강을 생각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면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며 "순수하게 차만 우려 만시는 것이 아닌 다양한 맛과 혼합한 새로운 형태의 응용 음료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 수요가 늘면서 국내로 들여오는 차 수입량은 지난 2009년 448톤에서 2016년 807톤으로 2배 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