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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 하락하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타 대학 명칭 등을 이용한 홍보를 벌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평생교육의 수요를 담당하며 손쉬운 입학이 가능한 학교가, 유명 대학들보다 우월하다는 표현으로 오히려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S.K.Y를 제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아세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한 방송대는, 현재까지도 해당 영상을 학교 소개 자료로 이용하고 있었다.
2015년 한 언론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기사에서, 방송대 출신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가리키는 'SKY'보다 많다는 부분을 자신들의 자랑거리로 내놓은 것이다..
내달 25일까지 2017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 모집을 진행 중인 방송대는, 해당 영상에 이어 20대 국회의원 등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방송대는 지자체장의 경우 고려대·서울대·연세대 등에 앞서 1위를, 국회의원의 경우 서울대 등에 이어 상위 5위에 올랐다며 자축했다.
방송대의 경우 일부 학과를 제외한, 대부분 학과에서 고교 졸업증명서 또는 검정고시 성적증명서 제출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제쳤다고 강조한 대학들의 경우 수능, 내신 등 성적을 요구하며 지원자들은 대입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손쉽게 입학이 가능한 방송대가 입시를 치러야 하는 대학들보다 우월하다고 강조, 순위를 공개하며 서열화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도별 신입생 충원 현황을 보면 방송대는 2014학년도 41.5%, 2015학년도 35.5%, 2016학년도 29.9%로 매년 하락세다. 재학생 충원율은 2014학년도 55.2%에서 2016학년도에는 47.4%로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방송대가 제쳤다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2016학년도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은 각각 99.8%·127%, 100%·133.2%, 99.6%·139.2%를 기록했다.
신입생, 재학생 충원율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방송대는 지자체장 출신 인원만 보고 서열이 높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SKY를 제쳤다고 자부한 방송대는 기사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대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한 언론에서 밝힌 헤드라인에 나온 내용을 (동영상에) 사용했다. 실제로 방송대의 한 대학원에 입학한 의사들이 있는데 떨어진 이들은 기분 나빠한다.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가 나온 것이기에 사용한 것이고 매력적이었다. 대학 명칭을 이용하기보다, 기사를 이용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방송대의 홍보 영상을 본 SKY 동문, 학생 등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출신 한 직장인은 "방송대가 서울대 산하로 시작한 학교다. 나중에 분리되기는 했지만 설립 기준이 다른 대학이 단순 비교만으로 '내가 잘났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은 기준이 다른 거 같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재학생 A씨(23)는 "어렵게 시험을 치르고 입학했는데 쉽게 입학할 수 있는 방송대가 '제쳤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고 비난했다.
한모씨(24·연세대)는 "뛰어난 학교라는 것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 SKY를 제쳤다고 쓴 거 같다"면서도 "영상에서 나오는 추이는 신뢰를 하기에 부족하다. 방송대 한 학기 등록금이 37만원이라는 것만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방송대는 학생 모집을 진행하면서 포털 검색 광고 키워드로 '사이버대'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립인 방송대는 자신들이 사이버대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학생 모집을 위한 요소로 사이버대 명칭을 이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이 되자 해당 키워드 사용을 중단했다.
한 사이버대 관계자는 "사이버대를 이용한 광고를 방송대가 진행한 것이 의아스럽다. 방송대가 국립대라는 자부심만 가지고 있는 거 같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