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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21차 공판에서 독일 비덱사의 자금 지원 재촉이 마치 맡겨둔 돈을 찾아가듯이 상당히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죄 21차 공판을 진행,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부사장)은 "독일에 있다는 부장이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지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부사장은 21년동안 기재부에서 근무하고, 2009년 10월 SK그룹에 상무로 입사해 SK홀딩스 재무담당 임원을 거쳐 2014년부터 대외협력담당 임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을 맡고 있다.
박 부사장에 따르면 CR팀은 여러 사회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하면 우리의 뜻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역할을 한다. 나아가 정부나 국회, 다른 재계와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16일 진행된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태 SK 부회장과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K스포츠재단의 요구사항이었던 가이드러너 연구용역비 4억원, 가이드러너 양성학교 설립 비용 35억원, 독일 전지훈련 비용 50억원의 지원 금액이 과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당시 박 부사장은 김영태 부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측이 거액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가져온 자료가 너무 부실하고 자금 지원을 받고자 하는 주체도 불분명하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독일 비덱사와 더블루K에 대해 알아본 결과 비덱이라는 회사는 독일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주소가 확인돼 실체는 있는 회사 정도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 측에서 준비한 자료가 아무 내용이 없고 요청 자금도 터무니 없이 많아서 자금 지원이 쉽지 않다"고 상부에 보고했고, "이후 상부로부터 안종범 전 수석이 '박영춘이 빡빡하게 군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들었다"고 첨언했다.
K스포츠재단과의 첫 미팅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자신에 대한 불만사항을 언급했다는 사실에 박 부사장은 심리적으로 위축됐다고 당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으로부터의 압박과 비덱 측 직원의 자금 지원 독촉 메일이 지속되자 박 부사장은 비덱 측에 회신을 보내 SK그룹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SK그룹에서 비덱이라는 해외법인에 직접 자금을 후원하는 것은 세법 등 관련 법령 검토 결과 쉽지 않고, K스포츠재단과 미리 협의해 비덱에 지원할 금액을 포함한 총액을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것.
이후 양측은 지원 금액을 20억~30억원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 부사장은 "지원금 축소로 인해 SK그룹이 불이익을 입을까 걱정했다"고 진술했다.
박 부사장은 "20억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룹이 운영하는 핸드볼협회, 펜싱협회의 해외 전지훈련 소요 금액을 검토해 50억원 프로그램은 20억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로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자칫 청와대 요청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금액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죄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진행되고, 이날 공판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