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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독대 당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완곡히 건의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죄 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월12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화가 걸려왔으나 강릉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생 최재원 부회장을 면회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후 안 전 수석과 통화를 해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약속을 잡고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SK그룹 고위 임원들과 논의할 사항을 체크했다.
2월16일 삼청동 한 양옥집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최 회장은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가운데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요즘 잘 지내시냐는 취지로 인사를 건네자 "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부인과 자녀인 조카들을 생각하면 본인만 먼저 사면되고 동생은 교도소에 있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언급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아, 더 이상 동생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창조경제, 규제프리존 등으로 대화가 이어지던 중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최 회장과의 독대 자리로 불렀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SK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총 11억원을 출연했다고 확인하자, 박 전 대통령이 "재단에 출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했다고 검찰 측은 전했다.
최 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더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의례적인 답변도 하지 않고 긍정적인 반응도 없어서 더 말하지 못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최 회장의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도 언급됐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세계일보에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 사생활 문제를 스스로 공개한 것을 인정했다.
이어 최 회장이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기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남편의 사면을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15년 8월14일 사면이 결정되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